듣는 순간, 필연적으로 다음 두 노래가 떠올랐다. 하나는 게스 후의 <American Woman>, 다른 하나는 지미 헨드릭스의 <Manic Depression>이다. 역사적으로 이 두곡은 이른바 오래전에 ‘클래식 록’의 지위에 오른 명곡들. 그런데 잠깐, 듣자마자 퍼뜩 떠올랐다니, 이거 참 위험한 상황 아니겠는가 말이다. 요즘 같은 하 수상한 시절이라면 더욱더. 지금까지 논한 곡의 주인공은 기타리스트 윤병주가 이끄는 록 밴드 로다운 30. 그들이 얼마 전 발표한 곡 <더 뜨겁게>는 위 두곡에 대한 오마주로 시작된다. 먼저 튀어나오는 리프가 <Manic Depression>, 뒤에 등장하는 차진 리프가 <American Woman>의 어떤 변형이라고 보면 된다. 이외에도 누군가는 제프 벡을, 또 다른 누군가는 에릭 클랩턴의 크림 시절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더 뜨겁게>에서 로다운 30은 빈티지한 악기 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강렬한 리듬 터치를 더해 자신만의 어법으로 선배들의 유산을 재창조해냈다. 그들은 이를 통해 ‘1960, 70년대 블루스 록의 동시대적 재현’이라는, 밴드 본연의 목적을 성취해내는 데 성공한다. 바로 위의 두곡과 <더 뜨겁게>가 ‘같은 듯 다르게’ 들리는 가장 큰 이유다. 사람들은 누구나 영향을 받고 살아간다. 그 누구도 이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 심지어 과학자 정재승도 인터뷰에서 말하지 않았나. 우리 뇌의 디폴트 모드는 리더십이 아닌 팔로십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고. 그렇다면 이걸 자꾸 감추려만 들지 말고, 도리어 역으로 마음껏 즐겨보는 건 어떨까. 그러니까, ‘영향받는다는 것의 기쁨을 잘 누릴 줄 아는 것’도 일종의 능력인 셈이다. 로다운 30의 <더 뜨겁게>는 음악적인 팔로십의 어떤 모범으로 기록될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이런 걸 두고 ‘창조적인 변용’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