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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카메라가 내려온다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15-07-08

역대 항공촬영 명장면 베스트8

드론 이전에 헬리콥터가 있었다. 무인 헬리콥터에 카메라를 장착한 것을 헬리캠이라고 한다. 드론과 헬리캠 모두 하늘에서 피사체를 찍었다는 점에서 플라잉캠이나 항공촬영으로 묶을 만하다. 그리고 앞으로는 드론이 모든 장면을 통일할 것이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항공촬영 명장면 여덟 가지를 모았다.

<그들은 밤에 산다>

<그들은 밤에 산다>(감독 니콜라스 레이, 1949)

오프닝 크레딧이 나오는 약 1분30초 동안 황량한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를 공중에서 따라가며 담아낸 장면. 이 자동차에 탄 세 남자는 교도소를 막 탈출한 티덥과 치카모 그리고 주인공 보위(팔리 그랜저)다. 지금은 여느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헬리캠 숏이지만, 항공촬영이 전무했던 1947년 당시만 해도 이 오프닝 시퀀스는 헬리콥터를 사용해 찍었다는 사실만으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니콜라스 레이 감독과 폴 이바노 촬영감독은 헬기 조종사를 고용해 촬영했다. 항공촬영을 최초로 시도한 작품이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조지 셔먼과 헨리 레빈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한 <셔우드 숲의 의적>(The Bandit of Sherwood Forest, 1945)에서 헬리콥터가 투입된 게 ‘처음’이라고 한다.

<샤키 머신>

<샤키 머신>(감독 버트 레이놀즈, 1981)

처음에는 영화의 배경인 미국 애틀랜타시를 한눈에 내려다보기 위한 목적으로 찍은 인서트컷인 줄 알았다. 카메라는 73층 높이인 웨스틴 피치트리 플라자 빌딩보다 훨씬 높은 공중에서 부유하다가 랜디 크로퍼드가 부른 <스트리트 라이프>에 맞춰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오더니, 안개 사이를 걷고 있는 한 남자를 소개한다. 영화의 주인공인 톰 샤키(버트 레이놀즈) 형사다. <샤키 머신>은 톰 샤키가 거물 포주를 체포하기 위해 사건을 수사하다가 우연히 주지사 후보의 내연녀인 콜걸 도미노(레이첼 워드)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형사영화다. 항공촬영으로 영화의 공간과 주인공을 한번에 소개하는 이 오프닝 시퀀스는 30년이 훨씬 지난 지금 봐도 무척 세련됐고, 독특하다.

<블루 썬더>

<블루 썬더>(감독 존 바담, 1983)

공중 곡예가 따로 없다. 적이 전투 헬리콥터의 미닫이문을 연 채로 매달려 기관총을 난사하질 않나, 두대의 헬리콥터가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다리 아래로 추격전을 벌이지 않나. <블루 썬더>의 헬리콥터 액션 신은 오늘날 컴퓨터그래픽이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스릴을 선사하는 액션영화다. 이 영화를 촬영한 조 알론조 촬영감독(<차이나타운>(1974), <미지와의 조우>(1977), <스카페이스>(1983) 등 촬영)은 하이 스피드 카메라와 고감도 필름을 활용해 조명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 헬리콥터 안에서 박진감 넘치는 그림을 담아냈다. 헬리콥터 액션 신을 찍은 항공촬영만 놓고 보면 비슷한 시기에 방영된 미드 <에어울프> 시리즈보다 훨씬 생생하다.

<폴리스 스토리3: 초급경찰>

<폴리스 스토리3: 초급경찰>(감독 당계례, 1992)

안전장치 하나 없이 헬리콥터 사다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상공을 날고 있는 성룡은 보기만 해도 심장이 벌렁거린다. 혹여 손이 미끄러져 사다리를 놓치지 않을까, 빌딩 꼭대기에 설치된 대형 광고판에 부딪힐 때 크게 다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두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다. 특히 헬리콥터에 탄 악당이 성룡을 떼어내기 위해 달리는 기차를 향해 돌진할 때 성룡이 기차를 피하는 장면은 아찔하다. 풍경이나 인서트컷을 목적으로 찍는 여느 항공촬영과 달리 이 영화에 쓰인 항공촬영은 성룡의 스턴트 액션을 더욱 실감나게 전달하기 위해 존재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등장하는 NG 컷에서 헬리콥터에 부딪혀 부상당하는 성룡을 보면 얼마나 위험천만한 항공촬영이었는지 알 수 있다.

<버드케이지>

<버드케이지>(감독 마이크 니콜스, 1996)

플로리다 앞바다에서 출발한 카메라는 육지를 향해 수평으로 전진하다가 해변에 다다를 쯤 사람들 사이를 유유히 헤치고, 게이바 버드케이지 안으로 들어간다. 시끌벅적한 실내에서 춤과 노래 공연을 하고 있는 무대 앞까지 바짝 다가가는 카메라. 하나의 롱테이크처럼 보이게 찍은 이 장면은 <버드케이지>의 오프닝 시퀀스다. 바다에서 버드케이지 현관문까지 계속된 숏은 헬리캠으로 연출된 촬영이고, 현관문 안에서 바 무대 중앙까지 이어진 숏은 스테디캠으로 만들어진 촬영으로 보이는데, 에마누엘 루베스키 촬영감독은 이 두 가지 숏을 교묘하게 한 테이크로 보이게 찍었다. 흥미로운 건 <버드맨>(2014)에서 에마누엘 루베스키의 카메라는 주인공 리건(마이클 키튼)의 눈이 되어 분장실에서 복도로, 복도에서 무대로, 무대에서 거리로 부유하며 리건의 3일을 쉬지 않고 담아냈다는 것. 어쩌면 <버드맨>의 촬영은 <버드케이지>의 오프닝 시퀀스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그의 촬영 덕분에 관객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이야기의 주인공이 버드케이지라는 게이 바임을 직감할 수 있다.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감독 피터 잭슨, 2001)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헬리캠이 뜨는 순간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반지 원정대가 협곡에서 능선으로, 능선에서 절벽으로, 절벽에서 계곡으로 긴 길을 떠날 때다. 그때마다 흘러나오는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O.S.T 수록곡인 <The Bridge of Khazad Dum>의 북소리는 그들의 여정에 비장감과 장중함을 더한다. 인물 동선이 복잡하고, 액션에 깊숙이 개입해 화려한 그림을 펼쳐 보이는 요즘 영화 속 항공촬영과 달리 이 영화에서 시도된 항공촬영은 다소 평범해 인서트컷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카메라가 반지 원정대를 천천히 따라가다가 추월한 뒤 그들이 앞으로 마주하게 될 긴 여정을 한폭에 담아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이 장면을 들여다보면 각각의 반지 원정대 인물들이 카메라 동선에 맞게 각기 다른 행동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007 스카이폴>

<007 스카이폴>(감독 샘 멘데스, 2012)

액션영화에서 잘게 쪼개진 여러 컷들이 ‘진짜’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부감숏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기차 위에서 악당이 자신을 쫓는 제임스 본드(대니얼 크레이그)를 떼어내기 위해 권총을 쏴 열차 뒤칸을 잘라낸다. 제임스 본드가 굴착기 집게를 분리된 열차 앞칸에 고정한 뒤 굴착기 밖으로 나와 집게를 타고 앞칸의 악당을 향해 건너간다. 그 순간 굴착기 집게 때문에 대롱대롱 연결된 열차 앞칸과 뒤칸이 반으로 분리된다. <007 스카이폴>의 오프닝 시퀀스는 배우의 동선, 카메라 워킹이 호흡을 맞추지 않으면 탄생하기 힘든 명장면이다. 이 영화 속 항공촬영은 이 모든 과정을 하나의 테이크로 담아냈고, 이 부감숏 앞뒤로 배치된 컷들에 생생한 리얼리티를 부여했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감독 조지 밀러, 2015)

사막을 질주하는 십수대의 차와 비슷한 속력으로 따라갈 것. 안전문제 때문에 피사체에 근접할 수 없는 까닭에 망원렌즈를 쓰되 피사체(배우, 차)가 앵글 밖으로 벗어나지 않도록 신경쓸 것. 차와 차 사이를 정신없이 넘나드는 임모탄의 부하들의 움직임에 맞게 카메라를 이동시킬 것. 이 세 가지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맥스(톰 하디)와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 일행과 임모탄의 부하들이 사막에서 벌이는 차량 추격전을 찍을 때 드론 촬영팀에 내려진 임무였을 것 같다. 많은 인물과 차량이 한꺼번에 등장하고, 동선이 복잡한 까닭에 촬영이 결코 쉽지 않은 환경인데, 이 영화 속 드론의 움직임은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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