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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어린 박수를
주성철 일러스트레이션 황정하(일러스트레이션) 2015-07-02

제20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최우수상에 박소미, 우수상에 김소희

어느덧 20회를 맞이했다. 때마다 유령처럼 되살아나는 ‘비평의 위기’라는 풍문 속에서도 참 잘 버텨왔다. 1996년 1회 영화평론상을 시작으로 매년 한두명씩의 새로운 목소리를 만났고 새삼 되돌아보니 적지 않은 수의 평론가를 배출했다. 미지와의 대면을 피하지 않고 자신을 끝까지 몰아붙이며 비평의 장을 개척해온, 평론가들의 비타협적인 기질에 우선 감사를 보낸다. <씨네21>을 중심으로 활약했고, 활약 중인 여러 평론가들은, 우리는 물론 한국영화계에도 소중한 선물이다. 이제 새로운 20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올해의 당선자들을 소개한다. <씨네21>이 제공하는 것은 평론가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과 소통의 장이다. 젊은 평론가들의 열정과 열망으로 이 공간이 더욱 활기를 띨 것을 기대하며 그들의 첫걸음을 전한다.

심사평

먼저 밝혀야 할 사실이 있다. 올해 영화평론상 최우수상, 우수상을 각각 수상한 최민과 이우호는 모두 가명이었다. 알고보니 그 주인공은 바로 <씨네21> 객원기자로 활동해오던 박소미, 김소희였다. 당선 결과를 알리는 전화를 할 때까지 편집부에서도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가명을 쓴 것은 물론이고, 추후 결과를 통보받을 연락처조차 용의주도하게(?) 다른 가족의 그것으로 기입해놓았기 때문이다. 처음 그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그저 놀랍기만 했지만, 오직 필력으로 인정받고 싶어 한 그들 입장에서는 어떤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을 테다. 어쨌든 인터뷰에서 밝힌 바, 해마다 가명으로 영화평론상에 응모해왔다는 그들이 얻어낸 결실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낸다.

주성철, 김혜리, 송경원, 세 심사위원이 검토해 올해 수상작을 고르는 일은 유난히 힘들었다. 뒤늦게 평론상을 공모했던 지난해의 사례에 비춰보건대 준비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짧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50편 이상의 응모작이 몰렸고 전반적인 수준 또한 예년에 비해 높았으며, 결과적으로 모처럼 최우수상을 포함한 2명의 당선자를 발표할 수 있게 된 것은 무척 다행스런 일이다. 전체적으로 최근의 트렌드(?)라 할 수 있는 인문학적 접근방식의 비평이 많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색이었는데, 여러모로 다시 ‘비평’에 대한 관심 자체가 되살아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즐거운 마음도 갖게 됐다.

본심 후보는 최민(박소미), 이우호(김소희), 김지은, 유도진, 그렇게 4명이었다. 자크 오몽의 <영화 속의 얼굴>을 떠올리게 한 박소미의 이론비평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마주한 얼굴들’은 가장 흥미로운 글이었다. 특정한 이론에 기대지 않고 서 있다는 것이 상당한 모험적 시도였으나, 영화와 관객을 매개하는 그 시선이 명쾌하고 독창적이었다. <10분>에 대한 작품비평 ‘호찬과 장그래가 속한 세계의 차이’ 또한 신선했다. 김소희의 이론비평 ‘영화의 신체-기계론: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를 중심으로’는 다소 오래된 접근법으로 보일 수 있음에도, 최근작 <맵 투 더 스타>까지 아우르는 집요한 작가론의 모범이라 할만했다.

그외 ‘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에 나타난 인간의 유한성’(이론비평)과 ‘영화 <버드맨>이 자기분열을 다루는 방법’(작품비평)을 쓴 김지은은 결코 쉽지 않은 텍스트를 풍부한 문장력으로 풀어내는 글솜씨가 돋보였고, ‘3D영화가 게임적 리얼리티를 통해 구현되는 방식’(이론비평)과 <아메리칸 스나이퍼>에 대해 ‘진흙투성이 카우보이의 명예율’(작품비평)을 쓴 유도진은 다소 난해한 개념이나 기술적 요소들에 대한 차분한 접근법에 눈길이 갔다. 물론 언급하고 싶은 글들이 몇편 더 있지만, 그 글의 주인공들을 또 다른 기회에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다시 한번 모든 응모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