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자기 앞에 몇명이나 있는지를 헤아리던 겁먹은 눈들이 옆이 아닌 앞을 보기 시작했다.’ 인기 웹툰에서 최근 단행본으로 출판된 <송곳>의 한 구절이다. <씨네21>은 지난 1005호에 우리 자신과의 친밀한 교감을 도울 수 있는 6권의 책을 소개한 바 있다. 그때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이제는 고개를 들어 앞을 보자. 세계 밖으로 한발 내딛기 위한 6권의 책을 소개한다.
<송곳>과 <파인즈>는 전혀 다른 성격이지만 ‘현실에 눈뜰 것’을 권한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하는 작품이다. <송곳>은 현대사회의 적나라한 폐부를 드러낸다. 한국 까르푸-이랜드 사태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철저한 취재를 통해 노동운동의 현주소를 짚어냈다. 그 주인공으로는 준비된 투사가 아닌 단순히 원칙을 지켜나가는 보통 사람 이수인을 내세우면서, 독자가 함께 노동운동을 시작하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반대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연출한 미드 <웨이워드 파인즈>의 원작 소설 <파인즈>는 장르소설이지만 현실을 우화처럼 나타낸다. 이 작품은 SF 세계관을 기반으로, 지금 여기 이 순간의 당신은 깨어 있는 사람인지, 이 현실은 진짜이며 받아들일 만한 것인지 묻는다.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는 혼란스러운 세계 속에서 진실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주인공 에단의 모습은 우리가 속한 현실세계와 삶의 태도를 반성하게 한다.
<나오미와 가나코>와 <잘생긴 개자식>은 삶의 주체가 되어 세상 밖으로 나선 여성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나오미와 가나코>에서는 두 여성 주인공이 남성들의 폭력에 맞서 반격한다.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나오미와 현재 남편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가나코가 함께 복수를 계획하여 실행하는 이 작품은 <델마와 루이스>(1993)와도 같은 여성해방을 선언한다. <잘생긴 개자식>에서는 여성이 성적 욕망의 주체로 전면에 나선다. 노골적 제목만큼이나 여성의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낸 이 작품은, 수동적인 신데렐라 판타지에 머문 할리퀸 로맨스와는 다르다. MBA 학위 취득을 앞둔 유능한 인재인 주인공은 향유하는 주체로서 성적 욕망을 표출하고 커리어마저 성공적으로 움켜쥔다. 현 시대의 여성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진정한 ‘포르노’에 가깝다.
한편, 두권의 자기계발서 <내 옆에는 왜 이상한 사람이 많을까?>와 <책뜯기 공부법>은 각각 사회생활에서의 대인관계 팁과 텍스트를 대하는 새로운 독해법을 제시하며 세계와 소통하는 법에 대해 조언해준다. <내 옆에는 왜 이상한 사람이 많을까?>는 사회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이상한 사람들의 유형을 12가지로 분류하여 이들에게 대처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이상한 사람들이 왜 많은지를 탓하기보단, 그들과 잘 소통할 수 있는 처방전을 내려주는 것이다. <책뜯기 공부법>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등 천재들의 학습법을 현실적으로 응용한 공부 방법을 담고 있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닌 책 속의 지식을 끄집어내어 소화시키고 응용하는 5단계 로드맵을 제시함으로써 텍스트와 소통하는 법을 알려준다. 이는 세계 밖으로 한 걸음 더 발을 내딛기 위한 양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