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충당해 완성한 뒤 인터넷에 무료 공개한 단편영화 <쿵 퓨리>가 화제다. 지난 2013년 뮤직비디오와 CF를 연출하던 스웨덴 출신의 데이비드 샌드버그 감독은 1980년대 액션영화를 오마주하는 단편영화 후반작업 비용을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킥스타터’를 통해 모금했다. 5천달러의 예산으로 소수의 스탭들과 완성한 예고편과 꼼꼼한 제작 비전이 담긴 프레젠테이션 영상에 열광한 1만7천여명이 후원을 약속했다. 2014년에는 목표액이었던 20만달러를 훌쩍 넘겼고 이에 샌드버그 감독은 최종 모금액이 100만달러를 넘기면 장편영화로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63만달러가 모였고, 그는 애초 약속했던 30분 분량의 완성본을 지난 5월29일 유튜브에 무료 공개했다.
1980년대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당대를 풍미했던 버디캅 액션영화, 아케이드 게임, 코믹스, TV만화 등의 대중문화 소재가 마구 뒤섞여 있는 <쿵 퓨리>는 영화의 대부분을 그린 스크린에서 촬영해 과거 VHS 시절의 기술이 풍기는 향취를 최신 CG 기술로 재현해냈다. 현재 이 영화의 유튜브 조회 수는 1천만건을 돌파했고, 올해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단편부문에 초청 상영되기도 했다.
영화제작 전반을 후원자들과 공유하며 진행했던 데이비드 샌드버그 감독은 <쿵 퓨리> 본편 제작과 동시에 뮤직비디오와 게임 등 다양한 부가 콘텐츠도 함께 기획했다. 지난 4월, 본편 공개를 앞두고 1980년대 아이콘 데이비드 핫셀호프가 직접 노래를 부르고 출연까지 한 공식 뮤직비디오가 선공개됐고 유명 게임회사 스팀에서 동명의 스마트폰용 게임을 출시해 2달러에 판매 중이다. 영화는 유튜브를 통해 무료로 시청할 수 있으며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파일을 구매해 소장할 수 있다.
자본의 휘둘림 없이 재기 발랄한 감독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제작방식을 제시한 <쿵 퓨리>의 장편 제작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제2, 제3의 <쿵 퓨리>가 등장할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오래 회자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