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성에 살고 있는 꼬마 유령은 매일 자정부터 1시간 동안 사람들 모르게 바깥을 돌아다닌다. 그때 외에는 잠자고 있어야 하는 유령의 소원은 한낮의 세상을 보는 것. 호기심 많은 칼(요나스 홀덴리에데르)은 친구들과 밤늦게 박물관 견학을 갔다가 꼬마 유령을 발견하지만, 사람들은 믿어주지 않고 애꿎은 도둑 누명까지 쓰게 된다. 잘못 고쳐진 시계 때문에 낮에 깨어날 수 있게 된 꼬마 유령은 햇빛을 받고 새카맣게 변한다.
전세계 300만부의 판매고를 올린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의 동명 동화를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꼬마 유령>은 유령과 아이 사이의 우정을 다루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다. 일찌감치 소원을 이룬 유령은 새카맣게 변한 자신을 되돌릴 방법을 되찾으려고 하고, 칼은 자신이 유령을 보았다는 걸 설득하고 박물관의 보물을 훔쳤다는 오해를 풀기 위해 친구들과 바삐 뛰어다닌다. 여러 우여곡절이 일어나지만, 맥락들이 느슨해서 별다른 감흥을 이끌어내지는 못한다. 우정이 비어 있기에 그 흔한 감동도 없는 건 물론이다.
영화 속 건물들이 꽤 볼만하다. 낮을 처음 목격한 꼬마 유령은 “세상에 이렇게 많은 색이 존재할 줄은 몰랐”다고 감탄한다. 1966년 발표된 원작 소설을 따른 <꼬마 유령>은 이 대사를 증명하듯 영화 속 도시 오일렌베르크의 당시 모습을 그럴싸하게 묘사했다. 유령이 주인공인 영화지만 오히려 실존하는 유물이 눈을 더 즐겁게 한다는 건 <꼬마 유령>이 맥빠지는 판타지라는 걸 방증하는 기묘한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