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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들이 게이머 같다는 생각을 했다”
김성훈 2015-06-09

<시카리오> 드니 빌뇌브 감독

<시카리오>

캐나다 출신의 드니 빌뇌브 감독의 촉수는 전세계 분쟁지역을 향해 쫑긋 세워져 있는 듯하다. 전작 <그을린 사랑>(2011)이 중동의 한 가상공간에서 벌어진 민족간의 갈등과 종교 분쟁을 정면으로 바라봤다면, 칸 경쟁부문에서 첫 공개된 신작 <시카리오>는 미국 텍사스와 멕시코의 국경지역에 현미경을 들이댄 작품이다. FBI 요원 케이트(에밀리 블런트)가 멕시코 마약조직 카르텔을 소탕하기 위해 멕시코 국경지역으로 잠입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카리오>는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폭력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그곳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하는 것만이 정답인지 되묻는다. 갑자기 생긴 감독의 개인 사정 때문에 예정된 약속 시간을 훌쩍 넘긴 뒤 우여곡절 끝에 만나 나눈 드니 빌뇌브 감독과의 대화를 전한다.

-영화는 미국 텍사스와 멕시코의 국경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이 지역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은 무척 슬프다. 사회의 여러 제도들이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힘을 잃게 되고, 범죄조직이 큰 권력의 핵심이 되면서 자본주의가 인간을 지배하고, 정의가 무너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테일러 셰리던 작가와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무엇인가.

=텍사스 출신이기도 한 그와 함께 멕시코 국경지역에 가서 13개월 동안 취재했다. 미국마약단속국(DEA)과 CIA 스파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작전에 투입되고 있는지를 취재한 기자들도 만났다.

-남성이 주인공인 기존의 범죄영화와 달리 <시카리오>는 여성 FBI 요원 케이트가 주인공이다. 전작 <그을린 사랑>이 그랬듯이 이번에도 여성 캐릭터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DEA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요원을 모델로 했다. 여성으로서 끊임없이 권력과 마주해야 하며, 남성들에 둘러싸인 환경에서 세상과 맞닥뜨려야 하는 것에서 강한 이미지를 느꼈다. 케이트는 기성세대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다음 세대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촬영이 매우 사실적이다.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와 함께 세운 촬영 원칙은 무엇인가.

=실제 사막이 배경이라 조명을 거칠게 표현하는 게 원칙이었다. 어두운 그림자를 활용해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영화의 후반부, FBI 요원들이 멕시코 마약조직에 잠입하는 시퀀스는 비디오 콘솔 게임을 보는 느낌이었다. 관객이 게이머가 된 것처럼 느끼게 찍은 이유는 무엇인가.

=군인들이 게이머 같다는 생각을 했다. 기밀 정보를 가지고 막후에서 조종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전투 신을 비디오 게임처럼 촬영한 것도 그래서다.

-헬리캠과 와이드숏 같은 촬영방식을 통해 넓은 공간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사실 헬리캠 사용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헬리캠을 사용한 건 고가도로 촬영 허가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텍사스와 멕시코의 경계를 한눈에 보여주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헬리콥터를 띄워야 했다. 와이드숏을 사용한 이유는 간단하다. 텔레비전 화면과 다르게 보여야 하니까.

-<블레이드 러너> 시퀄의 연출을 맡았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학생 시절,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배웠다. 시퀄을 연출하게 돼 아주 영광이다. 아직 자세한 얘기를 할 순 없지만 현재 나온 시나리오는 무척 좋다.

-차기작은 파라마운트가 제작하는 <스토리 오브 유어 라이프>로 알려져 있다.

=한 여성 언어학자(에이미 애덤스)가 외계인들을 만나 그들의 사고방식을 습득하고, 그렇게 얻은 능력을 자신의 딸을 위해 이용한다는 내용의 이야기다. 언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수 있다는 주제를 얘기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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