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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은 날은 어땠지?
2002-03-12

스물네살 준이(김현성)는 공익근무요원으로 구청에서 주차관리를 한다. 일이 끝나면 동네 세탁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공익근무가 해제되기 전까지는 어차피 묶여있는 몸, 일상이 전혀 볼품 없다. 한 유부녀와 자주 만나 섹스를 나누지만 열정도 없고 애정도 없다. 어느날 대학 친구였던 은지(변은정)을 만나 설레지만, 곧 이어 나타난 은지의 동생 현지(김민선)에게 더 마음이 끌리는 자신을 보면서 감정의 갈피를 잡지 못한다. 준이의 불확실한 미래 위에 불확실한 사랑의 감정이 오버랩된다. <스물넷>은 <그들만의 세상>(96년)에 이은 임종재 감독의 두번째 영화이다. 제목에서 오는 느낌과 달리, 이 영화가 비추는 남자 스물네살의 세상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트렌디 드라마 같은 경쾌함과 거리가 먼 것은 물론이고, 꿈과 좌절 내지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 같은 것도 찾기 힘들다. 준이에게 여러 여자가 스쳐가지만, 열정적인 사랑도 뼈아픈 실연도 없다. 기성 사회의 무게에 주눅들려 자기 길을 찾지 못하고 더듬거리는 그는 사랑에서까지도 수동적이다. 이게 다른 청춘 영화들보다 사실감을 주지만, 영화까지 무기력해지는 듯한 아쉬움을 남긴다. 임범 기자is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