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부정적인 격언이 넘쳐나도 결국 결혼은 본인이 책임지는 선택의 문제다. 하지만 애초에 선택권이 박탈됐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결혼할 권리를 원천적으로 차단당했다면 응당 투쟁해야 마땅하다. <마이 페어 웨딩>은 동성애 인권운동에 앞장서온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의 결혼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9년 넘게 연애한 이 커플은 꽤 오랜 동거 생활을 마치고 결혼하기로 결심한다. 장희선 감독은 결혼식이 있었던 2013년 9월까지 약 5개월 동안 두 사람이 겪은 크고 작은 이벤트를 따라간다. 때로는 다투기도 하고 중간에 다독이며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이 여느 커플의 결혼식 준비과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양한 결혼식, 당연한 결혼식’을 모토로 삼은 김조광수, 김승환 커플의 결혼식은 얼핏 사회운동 기록처럼 보일 것 같다. 영화 전반부,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에 대한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의 찬반 의견을 두루 보여줄 때까지만 해도 그렇다. 소수자들은 다들 한목소리를 낼 것 같지만 그 안에서도 의견의 결은 갈리고, 이러한 차이는 결혼에 대한 색다른 접근이 가능케 한다. 시간순대로 인터뷰와 사건을 나열한 소박한 형식의 다큐멘터리가 의외의 역동성을 가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마이 페어 웨딩>은 성소수자의 권리를 호소하는 데서 출발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것들의 잊고 있던 소중함을 일깨우는 영화다.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상대를 억누르거나 배척해선 안 된다는 당연한 상식이 영화 안에서 작동한다. 카메라는 이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가감 없이 담기에 이들이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상식도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재미있는 건 이 영화가 ‘그들도 우리처럼’을 설득시키는 방식이다. 전반부가 사회운동적인 색채가 강했다면 중반 이후엔 마치 친구의 결혼식 홈비디오를 보는 것 같다. 행복한 모습보다는 서로 대화가 엇갈리고 사소한 말 몇 마디에 상처받는 모습에서 공감대의 폭이 커진다. 큰 이벤트를 치르고 단단해진 두 사람의 관계를 보면 꼭 동성결혼으로 한정지을 것 없이 ‘결혼’에 관한 여러 생각들이 떠오른다. 영화 중간의 한 지인의 말처럼 “이 결혼식의 최대 성과는 두 사람의 관계”다. 한명이 앞서가면 한명이 잡아주고, 한명이 머뭇거리면 한명이 이끌어주는 커플의 모습을 보노라면 두 사람의 앞날에 절로 축복을 빌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