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결혼식, 당연한 결혼식’을 모토로 삼은 김조광수, 김승환 커플의 결혼식은 얼핏 사회운동 기록처럼 보일 것 같다. 영화 전반부,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에 대한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의 찬반 의견을 두루 보여줄 때까지만 해도 그렇다. 소수자들은 다들 한목소리를 낼 것 같지만 그 안에서도 의견의 결은 갈리고, 이러한 차이는 결혼에 대한 색다른 접근이 가능케 한다. 시간순대로 인터뷰와 사건을 나열한 소박한 형식의 다큐멘터리가 의외의 역동성을 가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마이 페어 웨딩>은 성소수자의 권리를 호소하는 데서 출발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것들의 잊고 있던 소중함을 일깨우는 영화다.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상대를 억누르거나 배척해선 안 된다는 당연한 상식이 영화 안에서 작동한다. 카메라는 이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가감 없이 담기에 이들이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상식도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재미있는 건 이 영화가 ‘그들도 우리처럼’을 설득시키는 방식이다. 전반부가 사회운동적인 색채가 강했다면 중반 이후엔 마치 친구의 결혼식 홈비디오를 보는 것 같다. 행복한 모습보다는 서로 대화가 엇갈리고 사소한 말 몇 마디에 상처받는 모습에서 공감대의 폭이 커진다. 큰 이벤트를 치르고 단단해진 두 사람의 관계를 보면 꼭 동성결혼으로 한정지을 것 없이 ‘결혼’에 관한 여러 생각들이 떠오른다. 영화 중간의 한 지인의 말처럼 “이 결혼식의 최대 성과는 두 사람의 관계”다. 한명이 앞서가면 한명이 잡아주고, 한명이 머뭇거리면 한명이 이끌어주는 커플의 모습을 보노라면 두 사람의 앞날에 절로 축복을 빌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