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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 로맨스와 미스터리의 경계에 서다
이주현 사진 백종헌 2015-06-01

<은밀한 유혹> 유연석

떡 벌어진 어깨와 큰 키, 선하고 따뜻한 이미지. 유연석을 규정하는 이런 요소들은 “키다리 아저씨” 혹은 “백마 탄 왕자” 캐릭터에 자연스레 부합된다. <은밀한 유혹>의 성열은 그러한 유연석의 이미지가 중요한 시발점으로 작용하는 캐릭터다. 마카오 카지노 그룹 회장(이경영)의 젊고 유능한 비서인 성열은 빈털터리 신세인 지연(임수정)에게 은밀하게 접근해 위험한 거래를 제안한다. 괴팍한 성격의 회장 마음을 움직여 재산을 상속받은 뒤 그 유산을 절반씩 나눠 갖자는 것. 회장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지연이지만, 지연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성열이다. 지연이 덥석 성열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성열의 남자로서의 매력이 크게 작용한다. 그것은 곧 영화가 유연석에게 기대는 지점이기도 하다.

“성열은 매너 있고 젠틀한 반면 치밀함과 냉철함도 갖추고 있는 인물이다. 배우로서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여서 욕심이 났다.” 영화의 스포일러를 의식해 한참 말을 고르던 유연석은 성열이 단순한 악역이 아님을 강조했다. 성열은 게임의 열쇠를 쥔 장본인이다. 동시에 성열의 변화는 곧 영화 전체 톤의 변화로 이어진다. 상황에 맞게 “연기의 톤을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얼마나 보여주고 얼마나 감출 것인가, 로맨스 장르의 주인공처럼 연기 톤을 잡을 것인가, 서스펜스 장르의 주인공처럼 그려낼 것인가, 톤 조절과 관련해 감독님과 의견을 많이 주고받았다.” 그간 유연석은 자신의 건강하고 반듯한 이미지를 배반하는 악역들을 종종 연기해왔는데, <늑대소년>(2012)과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에서의 모습은 <은밀한 유혹>을 위한 몸풀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예전엔 악인이면 악인, 선인이면 선인, 그렇게 명확한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이번엔 미스터리한 느낌을 발산하는 인물을 맡아 다층적인 매력을 선보인다. 한편 <은밀한 유혹>을 준비하면서 유연석이 단순하게 궁금했던 것은 상류층의 호화로운 삶이었다고 한다. “상류층 사람들의 애티튜드가 어떨까 고민을 하다가 윤재구 감독님에게 재벌 아들과 식사 좀 하게 해달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와인을 어떻게 따야 할지, 와인잔은 어떻게 들어야 할지 고민도 많았다. 연습하느라 집에서 혼자 와인을 참 많이도 땄다. (웃음)” 캐릭터에 자신을 이입해가는 과정은 그렇게 일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다른 무엇이 있어야 끌린다

유연석은, 자연인 유연석과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간극을 즐기는 듯도 했다. “전형적인 악인의 얼굴이 아니기 때문에 악인을 연기했을 때 오는 아이러니함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게 배우로서의 재미인 것 같기도 하고.” 배우 유연석의 갈지자 행보는 그 ‘재미’를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결과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3)의 칠봉이로 사랑을 받은 뒤 밝고 사랑스런 캐릭터를 선택할 수도 있었을 텐데 유연석은 굳이 칠봉이와는 접점을 찾아볼 수 없는 작품들, <제보자>(2014), <상의원>(2014), <은밀한 유혹>을 택했다. “전작과 다른 느낌, 다른 무엇이 있어야 끌리는 것 같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을 보여주기보다는 사람들이 기대하지 못했던 것을 하나씩 찾아서 보여주는 게 더 재미있다.” 유연석의 종횡무진 활약은 올해 개봉예정인 두편의 영화 <뷰티 인사이드> <그날의 분위기>, 그리고 현재 제주도에서 촬영 중인 드라마 <맨도롱 또똣>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년에 한 작품만 하면 좀이 쑤실 것 같다.” 유연석의 ‘유혹’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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