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7일, 한 남자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이 소식을 다루는 뉴스 제목들은 대략 이렇다. “성관계 중 다른 남자 이름 부른 동거녀 살해男… 항소심 징역 10년.” 처음 이 뉴스를 봤을 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제목으로 등장한 저 사연, 성관계 중 다른 남자 이름을 불렀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했지? 여자는 죽었다. 성관계 중 참관인이 있었던 게 아니라면 증인이 있었을 리 없다. 살인범이 그렇게 말한 게 전부일 것이다. 그런데 다들 확인된 사실인 것처럼 기사를 썼다. 이보다 더 유명한 뉴스 하나를 소개하겠다. 서초동 세 모녀 살해사건의 피고인이 정신분석 결과 정신질환이 없는데도 재차 정신감정을 요청했다는 2월26일자 기사다. 당시 살해 원인으로는 실직과 주식투자 실패가 추정됐는데, 그의 자산이 6억원 정도 있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여자 손에 죽는 남자보다 남자 손에 죽는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거나 말거나 폭력은, 대체로 젠더가 아닌 다른 것으로 설명된다. 리베카 솔닛이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에 인용한, 워싱턴 주립대학 부교수 데이비드 J. 레너드가 쓴 <백인 남성성의 참을 수 없는 비가시성>이라는 글에 등장한 표현에 따르면 이렇다. “남성이라는 성별은 출생 전 담배 연기에 노출된 것, 반사회적 부모를 둔 것, 가난한 가정에 소속된 것과 더불어 폭력적 범죄행동을 유발하는 위험인자 중 하나인 것으로 여러 조사에서 확인되었다.” 하지만 이런 말을 현실에서 입 밖에 내는 사람은 없다. 가장이 아내와 자녀를 죽이면 십중팔구 경제적 문제라는 사연이 (마치 사람을 죽여도 되는 이유라도 되는 것처럼) 달라붙는다. 리베카 솔닛은 남자들이 남을 살해하고 자살을 저지르는 일의 원인이 남자라는 성에 있지 않을까 묻는다. 경기가 나쁘기 때문에 남자들이 사람들을 죽인다고? “남자들은 경기가 좋을 때도 그러는데 말이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 ‘맨스플레인’에 대한 우스운 에피소드로 시작하는 책이다. 남자들이 상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지적으로 무시한 채 일방적 설명을 늘어놓는 일을 뜻한다. 리베카 솔닛에게 그녀 자신이 쓴 책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는 남자가 있는 식이다. 야구나 축구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얼빠 취급을 당하고 경기 규칙을 아느냐는 젠체하는 질문을 받게 된다. 이 책은 그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는 무시가 여성을 동등한 존재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고, 그 결과로 일어나는 가장 심각한 일이 강간 문화와 여성 살해임을 지적한다. 논리의 비약 아니냐고? 그렇게 웃어넘기는 지금도 여자들이 남자에게 강간당하고 죽임당하고 있다. 그래서 리베카 솔닛은 책을 썼다. 아는 척 그만하고 들어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