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공장에서 일하는 존 Q. 애치볼드(덴젤 워싱턴)는 평범한 가장. 어느 날 열살배기 아들 마이크가 야구를 하다 쓰러지는데, 병원에서는 마이크가 심각한 심장질환을 앓고 있고, 당장 심장이식수술을 하지 않으면 죽게 된다고 일러준다. 심장 전문의 터너(제임스 우즈)와 원무과 직원 레베카(앤 헤이시)는 존이 의료보험 혜택은 물론 정부 지원금도 받을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을 알고는 냉정히 퇴원을 권고한다. 궁지에 몰린 존은 닥터 터너와 응급실 환자들을 잡아 인질극을 벌인다.■ Review 할리우드가 ‘강한 아버지’를 내세운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코만도>의 아놀드 슈워제네거부터 <랜섬>의 멜 깁슨까지, 사랑하는 가족을 위협하는 이들은 누구든 매운 맛을 보게 된다. 그런데 이 아버지는 좀 달라보인다. 세상물정 모르고 경제적으로 무능하고 힘도 세지 않다. 그런 그가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그 사랑을 온전히 지킬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총을 든다. <존 큐>는 이처럼 선량한 소시민이 흉악범(?)으로 돌변하는 과정에, 사회의 모순을 투영한다.
<존 큐>는 단순히 미국 의료제도의 허점만을 공격하진 않는다. 최소한의 의료 혜택도 보장하지 못하는 제도의 허점은 곧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이라는 자본주의의 거대한 모순과 맞물려 있다. 정부의 입장을 대리집행하는 경찰은 존 큐의 인질극에서 ‘권선징악’의 결말을 유도한다. 때는 선거철. 따라서 “악당(존 큐)은 죽고, 무고한 이(인질들)는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매스컴의 태도는 또 어떤가. 애초 존 큐의 제보를 무시했던 방송기자는 뒤늦게 인질극 현장을 보도하며, “나 완전히 떴다”고 흥분한다. 이중삼중으로 얽히고 설킨 갈등 축이 흑인 대 백인으로 편이 갈려져 있다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그러나 <존 큐>는 드라마의 개연성과 디테일이 떨어진다. 제작진이 우리의 주인공 존 큐에게만 너무 깊이 매료돼 있기 때문. 대규모 종합병원에서 혈혈단신으로 인질극에 성공한다는 설정부터 냉혈한들이 존 큐에게 협력하게 되는 과정 등이 모호하며, 클리셰로 들어찬 화법도 거슬린다. 제임스 우즈, 로버트 듀발, 레이 리오타 같은 좋은 배우들이 창백하고 밋밋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런 이유. 감독 닉 카사베츠가 아버지 존 카사베츠의 진취적이고 비타협적인 태도를 물려받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그래도 <존 큐>는 덴젤 워싱턴의 열연만으로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다. ‘의지의 미국인(흑인)’을 도맡아 연기해온 덴젤 워싱턴은 <존 큐>에서 한층 감성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죽어가는 어린 아들의 침상에서 “여자친구 생기면 잘해주라”는 등의 때이른 당부를 하는 그의 모습은 눈물 없이 볼 수 없다. <존 큐>는 지난 2월 미국에서 개봉해 평론가들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했고, 현재까지 5천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박은영 cine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