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경영서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경영이란 사업이기도 하지만 네트워킹이기도 하다. 경영서는 비즈니스 개론서를 넘어 인간을 관리하고, 관계를 맺는 비책을 서술한 처세 기본서이기도 한 것이다. 잘 쓰인 경영서는 이를테면 <채근담>이나 <손자병법>과도 같다. 우리가 향해야 할 곳을 제대로 알려준다. 존 브룩스의 <경영의 모험>은 그가 살았던 1960년대에 발생한 금융 및 경제 관련 이슈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입을 모아 최고의 경영서라고 극찬한 그 책이다. 빌 게이츠는 <경영의 모험>을 다시 펴내기 위해 저작권을 갖고 있는 존 브룩스 아들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그 덕에 <경영의 모험>은 43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존 브룩스는 뛰어난 금융 저널리스트였고, 10권 이상의 경제 관련 논픽션을 저술한 작가였다. 저널리스트로 일하는 동안 취재한 내용, 인터뷰, 방대한 자료, 얻어낸 노하우를 모두 집약한 책이 <경영의 모험>이다. <경영의 모험>은 열두 가지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포드사의 신차 개발 프로젝트, 제록스의 탄생기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거대 기업들의 일부 사례를 들어 경영원리의 기본을 이야기한다. 기업가 정신의 근본과 기업윤리란 무엇인가, 조직 내 소통과 인사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등 아주 베이식한 개론에서부터 급격한 주가 변동에 대응하는 법, 투자자 보호와 기업 내 비밀 보호, 소득세, 파운드화 가치 하락 등 현재에도 유효한 경제, 증권 이슈들을 망라한다. 얼핏 복잡하게 들리지만 상세한 인터뷰와 구체적인 사례로 설명돼 작가의 의도를 따라가기란 그리 난해하지 않다. 저자 또한 자주 고전을 인용해 설명을 돕는다. 저자가 언급한 책을 함께 찾아 읽는다면 무척 유용할 것이다. 책 말미에 실린 경제용어 색인 덕에 수시로 들추어보며 경제 상식을 익히기도 손쉽다. 다만 경제와 금융사에 관한 사전지식이 충분치 못하면 단숨에 읽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완독하기를 권한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데 성공했다면 우리의 눈은 틀림없이 다른 세상을 보고 있을 테니 말이다.
자신도 모르게 슈퍼마켓을 발명한 것이다
(클래런스 손더스는) 20대에 유나이티드 스토어스라는 소형 소매 식품 체인을 세웠다. 몇년 뒤 그것을 팔아치우고 한동안 직접 도매 식품 잡화점을 운영하다가 1919년에 셀프서비스 소매점 체인을 만들면서 피글리위글리 스토어스라는 매력적인 이름을 붙였다. 멤피스의 한 동료 사업가가 왜 그 이름을 선택했느냐고 묻자, 손더스는 “사람들에게 방금 자네가 한 것과 같은 질문을 하게 하려고”라고 대답했다. 피글리위글리 스토어스는 아주 큰 성공을 거두어 1922년 가을에는 점포 수가 1200개를 넘어섰다. (중략) 손더스는 자신도 모르게 슈퍼마켓을 발명한 것이다.(p.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