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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웅들의 큰형
송경원 2015-05-29

조지 밀러 감독의 세계

<꼬마돼지 베이브>

필모그래피

1979년 <매드맥스> 1981년 <매드맥스2: 로드 워리어> 1983년 <환상특급> 극장판 1985년 <매드맥스3: 썬더돔> 1987년 <이스트윅의 악녀> 1992년 <로렌조 오일> 1998년 <꼬마돼지 베이브2> 2006년 <해피피트> 2011년 <해피피트2>

조지 밀러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재미있다. 문명이 파괴된 암울하고 기괴한 미래세계를 그린 <매드맥스> 시리즈로 일약 주목받았지만 이후 그의 작품들을 보면 밝고 화사한 드라마가 주류를 이룬다. <매드맥스> 이후의 행보를 살펴보면 호주 출신의 신예감독이 이름을 알린 후 할리우드의 요구에 부응하려고 고군분투한 것이 느껴진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 팬심을 듬뿍 담아 찬사를 보낸다 해도 그를 명감독, 작가감독으로 보기에 다소 무리가 있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조지 밀러의 들쭉날쭉한 작품 속에서조차 일관된 맥락을 감지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매드맥스> 시리즈를 제외하곤 그의 영화는 대부분 가족 관객을 대상으로 한 휴머니즘 드라마다. 조지 밀러의 또 다른 일면, 가족주의적인 휴머니즘영화 계보의 정점에 <로렌조 오일>(1992)이 있다. 대중적으로도 크게 성공하며 감독 활동의 여유를 제공한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진한 휴머니즘과 부모의 사랑으로 눈물을 자아낸다. 생각해보라. 삭막하고 타락한 세계에서 하드고어한 액션을 펼친 감독이 <로렌조 오일>, <꼬마돼지 베이브2>(1998)와 <해피피트>(2006)를 연출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아니 반대로 <해피피트>를 만든 감독이 <매드맥스>로 출발했다는 사실에 놀라야 할까. 그럴 필요 없다. 두갈래의 극단적인 행보는 사실 긴밀히 이어져 있다.

<해피피트>

조지 밀러는 속편의 메가폰을 이어받는 것도 개의치 않을 만큼 스튜디오 친화적인 감독이었고 전형적인 서사와 대사의 힘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데도 익숙하다. 여기서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은 양극단이라 해도 좋을 만큼 먼 장르적 거리를 자유롭게 오간 그의 분열적인 태도야말로 어쩌면 액션의 마스터피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이하 <분노의 도로>)의 완성을 가능케 했다는 점이다. <분노의 도로>를 제대로 파악하고 싶다면 오리지널 <매드맥스> 시리즈보다 <로렌조 오일>과 <해피피트>와의 접점을 먼저 찾는 게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단도직입적으로 조지 밀러의 착한 세계는 착하지 않다. <매드맥스>의 황폐한 세계 역시 절망적이지 않다. 조지 밀러는 그 중간 어디쯤에서 발버둥친다.

가령 <해피피트>의 핵심을 담은 결정적 순간은 펭귄 멈블이 동물원에 갇혀 자아를 잃어가는 장면이다.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이 영화에서 초점을 잃어가는 멈블의 눈동자만큼 무섭고 인상적인 장면은 또 없다. 비슷한 맥락에서 <로렌조 오일>은 의외로 잔혹하고 서늘한 현실을 가감없이 내보이고, <꼬마돼지 베이브2> 역시 삶의 고단함을 냉정하게 드러내는 장면들이 드물지 않다. 말하자면 조지 밀러는 항상, 심지어 전체 관람가의 애니메이션에서조차 정의로운 세상을 그리지 않는다. 그가 주목해온 것은 어쩌면 미쳐버린 세계에서 미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인물들의 몸부림이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이번 작품 <분노의 도로>가 있다. 물론 결론은 언제나 해피엔딩이었다. 그는 스튜디오가 원하는 바를 꺾고 자신의 세계를 강요하는 감독이 아니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자신의 개성과 색깔을 얼마든지 녹여낼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항상 성공적이지는 않았지만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남길 때도 있었다. 전편을 이어받은 <꼬마돼지 베이브2>는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로저 에버트로부터 별 네개를 받았다. 본인 스스로도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이라고 여러 번 언급하기도 했다. 리스트는 조만간 <분노의 도로>로 바뀔 것이 분명하지만. <분노의 도로>를 보고 그의 공력에 반했다면 <꼬마돼지 베이브2>와 <해피피트>에서 그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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