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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과 촉각마저 자극하는 영상이 구현될 때까지”
김현수 2015-05-14

오큘러스 창립자 팔머 러키 인터뷰

오큘러스 창립자 팔머 러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VR이야말로 미래의 기술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던 이유는 바로 이 남자 팔머 러키 때문이다. 가상현실을 다룬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던 10대 소년이 그럼 ‘내가 한번 만들어보겠다’며 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2년 만에, 그리고 그의 나이 22살에 세상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지난 4월17일, 게임개발자포럼인 ‘유나이트서울2015’ 행사에 참가한 그를 만나 VR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오큘러스는 삼성과 손잡고 기어VR을 내놓기도 했지만 그와 별개로 업그레이드 모델인 크레센트 베이를 개발 중이다. 직접 시연해봤더니 기동성을 부여하면 방안에서만 즐기기엔 아까울 만큼 무궁무진한 콘텐츠 개발이 가능할 것 같다.

=중요한 지적이다. 크레센트 베이는 얼마든지 서서도 이용 가능하지만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게임을 앉아서 즐기기 때문에 그에 맞춰 개발 중이다. 원래 크레센트 베이는 게임 외에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도 고려했었다. 하지만 서서 하는 게임의 단점은 주변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PC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으므로 안전상의 우려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 안전하게 이동하며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을 몇 가지 준비 중이다.

-영화 산업과의 연계에 대해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오큘러스는 별도의 스토리 스튜디오도 운영한다. 예를 들어,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를 제작한 웨타 디지털은 우리에게 CG 기술을 제공하고 그것을 우리가 VR 영상으로 전환하는 형태의 합작물을 게임개발자회의(GDC)에서 공개한 적이 있다. <인터스텔라>(2014)의 경우에는 웜홀로 뛰어들거나 인듀어런스호 탑승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기술을 제공했는데 이를 통해 만든 체험 영상 등은 얼마든지 연계가 가능하다. 게다가 이미 많은 영화 제작자들이 VR영화 프로젝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직 아무도 발표를 안 했을 뿐이다. 몇달만 지나면 많은 VR영화를 보게 될 것이다.

-직접 콘텐츠 제작에도 뛰어드는 것인가.

=우리가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현재 픽사, 드림웍스 등과 애니메이션영화를 제작하는 이유는 콘텐츠 개발자와 영화 제작자들에게 VR 플랫폼 안에서 과연 무엇이 가능할지를 보여주고 싶어서다. 우리가 모든 콘텐츠를 만들어내려는 것이 아니다. 아무튼 논인터랙티브 VR 단편 <Lost>를 제작해 선댄스영화제에서 공개했다. 올해 안에 5편의 단편을 더 제작할 계획이다. VR영화 역시 3D영화와 마찬가지로 기술보다는 스토리텔링이 관건이 될 것이다.

-VR 기술이 극장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현재 할리우드의 많은 영화 제작자들이 VR에 흥미를 갖는 이유는 미래의 새로운 수입원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극장을 찾는 인원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제작자들은 여전히 많은 돈을 투자하지만 관객 반응이 예전 같지 않다. 그렇기에 VR에 주목하는 것이다. 제작자들은 사실 VR 헤드셋을 집에서 쓰든 극장에서 쓰든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그들은 장소가 어디든 헤드셋을 쓰는 것 자체를 원할 것이다. 따라서 VR이 많은 인기를 얻게 되면 자연스레 극장의 존재감은 희미해질지도 모른다. VR 관련 기기는 영화를 저렴하게 배포하는 창구가 될 것이고 지금처럼 운영비가 비싼 극장 체제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 미래의 영화가 무엇을 의미할지에 대해 추측할 수 없지만 일반 영화보다 VR영화가 더 행복감을 줄 거라고 생각한다.

-VR 기술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가장 시급한 선결 과제는 무엇인가.

=VR에서는 촉감과 후각을 느낄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시각과 청각을 위한 기술은 가지고 있지만 아무도 냄새와 촉각을 복제하는 기술을 만든 적이 없다. 사람들이 정말로 그 환경에 도달하거나 무언가를 집거나 하지 않는 이상 VR을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이 문제가 될 것이다.

-VR 기술을 통해 인간은 무엇을 누릴 수 있을까.

=만약 VR을 통해서 전세계인들이 이동 없이 만날 수 있고 심지어 같은 공간에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어떨까? 현실에서 사람들은 스스로의 삶에 갇혀 지낸다. 그런데 VR이 대상과 형태와 장소를 제약 없이 제공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현실의 집보다 가상의 집이 더 중요하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사람들이 현실 세계를 덜 신경 쓰게 될까? 어쨌든 나는 이것이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물론 긍정적으로 말이다. 우리는 아무도 기대하지 못했던 어떤 것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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