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을 레바논의 시골 마을 므샤칼. 친구들의 놀림감이었던 말더듬이 소년 레바(조르주 카바즈)는 음악 선생 파우지를 만나 음악이라는 위대한 언어를 배우고 인생의 전환을 맞는다. 어른이 돼 음악 선생이 된 그는 첫사랑 라라(라라 레인)와 결혼하고 아들 가디(이마누엘 카이랄라)를 낳는다. 장애를 안고 태어난 가디는 발코니에 앉아 노래인지 괴성인지 모를 소리를 지르며 사람들의 눈총을 받는다. 급기야 마을 사람들은 가디에게 악령이 씌었다며, 레바 부부에게 가디를 특수시설에 보낼 것을 요구한다. 주민들의 단호하고도 무리한 요구에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상황에 처한 레바는 모두를 속일 거대한 거짓말을 꾸며낸다. 가디가 신의 뜻을 전하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온 천사라는 거짓말을.
이 영화의 재미는 레바의 선한 거짓말이 구현되는 과정에 있지 않다. 거짓 상황극의 성공과 실패가 주는 짜릿함보다 마을 주민들이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과정이 더 흥미롭다. 맹신과 불신, 편견과 무지로 이웃을 재단하던 이기적인 마을 사람들은 ‘천사’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자 변하기 시작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지만, 관심과 믿음으로 꾸준히 두드리다보면 결국 열리고 마는 게 또한 사람의 마음이다. 허무맹랑한 상황극과 해피엔딩에 기꺼이 마음을 열게 되는 이유도 영화의 따스한 시선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밝고 따뜻한 기운을 전하는 <모두의 천사 가디>는 상대를 공격하지 않고 넉넉히 껴안을 줄 아는 품이 넓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