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라이프>는 추억이 될 수 없는 과거를 추억하는 세 여인의 이야기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만난 세 친구 엘렌(줄리 드파르디외), 릴리(조한나 터 스티지), 로즈(수잔 클레망)는 1945년 1월 수용소에서 해방되면서 헤어진다. 파리로 돌아와 일상에 적응하기 시작한 엘렌은 신문 광고를 통해 행군 도중 헤어진 릴리를 수소문한다. 그리고 이들의 만남은 15년 만에 성사된다. 프랑스 베르크 해변에서 재회한 세 친구는 모든 것이 평화로운 휴양지에서 함께 여름휴가를 보내며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함께 노래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잔다.
아우슈비츠 생존자와 결혼했고 계속해서 수용소에서의 일들을 입 밖으로 꺼내 이야기하려는 엘렌, 아우슈비츠를 나올 때 자유로운 여자가 되기로 맹세한 맏언니 같은 릴리, 멋부리기를 좋아하고 예민하며 수용소에서의 일은 들추기 싫어하는 로즈. 개성도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다른 세 친구는 생사의 경계에서 서로에게 전적인 의지가 되어준,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준 관계로 엮여 있다. “어떻게 살아 돌아왔어요?”라는 질문을 받은 엘렌은 답한다. “거기서 만난 두 친구 때문에요.” 세 여성의 자매애는 수용소에서의 시간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준 힘인 동시에, 끈질기게 달라붙어 있는 과거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세 친구가 그 오랜 시간 서로를 찾아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영화가 이들의 자매애를 눈물나게 그리는 것은 아니다.
<투 라이프>에는 유머가 있다. “우리는 왜 수용소 생존자들과 결혼했을까?”라 묻고 “우리가 줄무늬 파자마에 끌리나?”라며 받아칠 수 있는 여유. 장 자크 질베르만 감독이 그런 유머를 구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이 이야기가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투 라이프>의 세 여성은 감독의 어머니와 아우슈비츠 생존자 친구들을 모델로 삼아 탄생했다.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항상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유의 문장을 떠올렸다고도 하는데 그 문장은 이렇다. “오늘도 여전히 수용소는 우리의 영혼을 먹이고 우리의 수다도 키운다. 우리가 수용소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울지 않고 웃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진다.” <투 라이프>의 힘은 과거를 직시하되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는 태도에 있다. 그 태도는 사려 깊고 여유 있다. 영화가 모두 끝나면, 할머니가 된 감독의 어머니와 친구들이 해변가에서 수영복을 입고 웃으며 이야기 나누는 영상이 짧게 삽입된다. 실화의 힘이 빛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