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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FF 37.5] 파쿠르의 세계엔 경쟁이 없다
윤혜지 사진 오계옥 2015-05-08

<위험한 상견례2> 파쿠르 제너레이션 코리아 김지호 대표

영화 2015 <위험한 상견례2>

영화가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적어도 파쿠르 제너레이션 코리아 김지호 대표에게는 그랬다. 교육열 높기로 유명한 분당, 학구적인 집안에서 태어난 김지호 대표는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학교, 학원, 집만 오가며 자랐다. “공부만 하며 어린 시절을 보내니 우울증이 심했”고, 게임중독에도 시달렸다. “어릴 때부터 나만의 것을 찾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한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김지호 대표는 우연한 기회로 <야마카시>(2001)를 본 뒤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자유”를 대리 경험한 그는 파쿠르를 연마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파쿠르는 인간의 고유한 신체능력만을 이용해 장애물을 극복하는 훈련법이다. 영화에서처럼 높은 데 매달리고, 건물 사이를 휙휙 날아다니는 건 파쿠르의 이동 기술 중 하나일 뿐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이토록 위험천만한 ‘익스트림 스포츠’도 없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파쿠르는 정신과 신체를 함께 단련하기 위한 운동이다. 멋진 액션만 보고 무모하게 도전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러면 오히려 몸이 상한다. 파쿠르의 세계엔 경쟁이 없다. 각자에게 어울리는 신체능력을 스스로 강화하는 훈련이다.”

김지호 대표는 “야간자율학습마저 끝난 조용한 새벽 거리에서 홀로 파쿠르를 연습”하곤 했다. 모두가 위험하다고 만류했고, “그런 거 해서 어디다 쓰냐”고 타박했다. 시작은 미약했다. 김지호 대표와 마찬가지로 <야마카시>를 남달리 본 사람들이 모여 동호회를 만들었다. 해외 동영상을 보고 동작을 연습하거나 서로의 자세를 점검해주며 정보를 공유했다. 김지호 대표는 주로 해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관련 글이나 튜토리얼 동영상을 번역해 알렸다.

<위험한 상견례2>는 공인된 파쿠르 전문가를 최초로 기용해 액션을 만든 한국영화다. 김지호 대표는 홍종현의 스턴트 대역을 맡고, 그에게 파쿠르 액션을 지도했다. 제작사인 전망좋은영화사에서 먼저 김지호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왔다.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은 해당 스탭의 고유한 영역이지만, 김신웅 무술감독은 김지호 대표에게도 최대한의 자율권을 줬다. “영화에서 필요로 하는 액션은 따로 배운 적이 없어 조언이 많이 필요했는데 김신웅 무술감독님이 거리낌없이 많은 부분을 알려주셨다. 성남 구시가지를 배경으로 벽을 타고 옥상을 넘어다니는 장면을 촬영할 때 홍종현씨를 처음 만났는데 운동신경이 굉장히 좋아 벽을 오르는 것이나 낙법도 모두 가르치는 대로 잘 따라와줬다.”

파쿠르 제너레이션 코리아 홈페이지(www.pkgkorea.com)에 공개된 성남 구시가지 장면 메이킹 영상은 더욱 놀랍다. 김지호 대표는 한눈에 수를 다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집의 옥상을 간결한 움직임으로 옮겨다닌다. ‘날아다닌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올여름 김지호 대표는 미국으로 ‘진짜’ 날아간다. 보스턴에서 열리는 랑데부 2015 워크숍에서 한국을 대표해 3일간 파쿠르를 지도할 예정이다.

파쿠르 전용 신발

파쿠르 훈련자들은 적어도 석달에 하나씩 신발을 바꾼다. 그런 의미에서 값비싼 유명 브랜드 운동화는 파쿠르 훈련자들에겐 영 힘을 못 쓴다. 지금까지 44켤레 이상 신발을 교체한 김지호 대표는 미국에서 제작한 파쿠르 전용 신발 ‘OLLO’를 즐겨 신는다. “접지력뿐만 아니라 충격을 잘 흡수할 수 있게 쿠셔닝이 좋아야 하고, 발 모양에 맞게 신발이 유연하게 구부러져야 하니 신축성도 뛰어나야 한다. 금방 닳을 테니 이왕이면 저렴한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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