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두고 있는 주희(하나경)에게 친구 선미(구지성)는 진정한 만족을 느낄 수 있다며 ‘핑크터치’라는 마사지숍을 소개해준다. 마사지로 성적 쾌감에 눈뜬 주희는 예비신랑 민우(황찬우)에게 끓어오르는 성욕을 표출하기 시작한다. 주희의 성욕에 점점 피폐해지는 민우는 선배 준석(이재혁)의 조언을 받으며 그녀를 만족시켜주기 위해 노력한다. 한편, 주희의 아버지 또한 섹스 고수를 만나 아내에게 잡혀 사는 삶을 청산하려 애쓴다. 미약하게 존재하는 서사는 영화라는 형식을 위한 핑계일 뿐. <터치 바이 터치>는 보여주기 위한 신만 있는 섹스영화다. ‘핑크터치’라는 마사지숍의 비밀에 호기심이 일지만, 기실 그 소품은 여주인공의 성욕을 증폭시켜준다는 것만으로 모든 역할을 완료해버린다. 구실이 생겼으니 이제 보여줄 때다. 시도 때도 장소도 가리지 않는 섹스 신이 이어지고, 포르노에 가까운 앵글과 접사, 한 화면에서 동시에 여러 각도로 보여지는 분할된 컷들은 최선을 다해 영화의 목적에 매진한다. 그리고 섹스에 대한 관습적인 농담과 코미디들이 이야기의 빈곳을 얼기설기 채운다. 여주인공들이 탄 스쿠터가 도로의 턱을 넘을 때 카메라도 같이 튀어오르는 등 저예산임을 감안해도 성의 없이 촬영된 몇몇 부분도 눈에 띈다. 하지만 이와중에 여주인공의 콧소리처럼 대책 없이 톡톡 튀는 분위기는 인공감미료 같은 귀여운 맛도 있다. 이 영화에서 개연성이란 곧 섹스로 이어지기 위한 밑밥에 불과하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가볍게 소비할 수 있을 법한 섹스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