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상견례>(2011)에서 전라도와 경상도로 찢어졌던 로미오와 줄리엣이 다른 앙숙 집안에서 되살아났다. 강력반 형사 아버지 만춘(김응수)이 이끄는 경찰 집안의 막내딸 영희(진세연)와 악명 높은 대도 집안의 외아들 철수(홍종현)가 그 주인공들이다. 경찰 집안에선 과학수사 팀원인 큰언니 영미(박은혜)와 형사인 둘째언니 영숙(김도연)이 만춘과 함께 영희를 지킨다. 철수는 부모인 전문털이범 달식(신정근)과 위조전문가 강자(전수경)로부터 벗어나 영희 옆에 당당히 서고자 경찰이 되려 한다. 달식과 강자는 대도의 명예(?)에 먹칠하려는 철수의 앞길을 막고, 도둑 집안 출신의 예비사위가 마음에 들지 않는 영희네 식구들까지 그들 계획에 가세해 철수와 영희 사이를 갈라놓으려 한다.
전편에선 ‘지역감정’이라는 소재를 코믹하게 굴리며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펼쳐 보였다. 하지만 <위험한 상견례2>는 매력적인 배우들을 데려다놓고 판타지 가득한 순정만화를 그려내는 데 대부분의 러닝타임을 쓴다. 눈길만 줘도 여자들이 반하는 남자주인공, 지성과 미모, 액션에 애교까지 하나 모자람이 없는 여자주인공 등 ‘먼치킨’급의 캐릭터 설정까지는 이해 가능하다. 하지만 그들의 밑도 끝도 없는 로맨스는 시작부터가 영 납득하기 어렵다. 스포츠카를 끌고 대낮부터 경찰과 추격전을 벌인 고등학생 철수는 영희네 자매가 탄 차와 사고를 낸다. 철수는 불타고 있는 차량 안에서 기절한 영희를 번쩍 안아들고 나온다. 메달리스트 펜싱선수였던 영희는 사고의 주범인 철수에게 한눈에 반한다. 사랑을 쌓아가야 할 시간은 온데간데없다. 영화는 ‘그래서 어쨌든 둘은 7년간 연애를 했다’며 우격다짐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첫 단추를 잘못 꿰었으니 그 옷을 제대로 입었을 리 만무하다. 더불어 여성 캐릭터의 외모를 이용해 유머를 짜내는 부분은 제작진의 감각을 의심케 한다.
곳곳에서 장점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부부로 출연한 신정근과 전수경의 코미디 합은 의외로 유쾌하다. 유치하긴 해도 신정근이 개떼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장면이 백미다. 애교 연기만큼은 재주가 없어 보이는 홍종현과 진세연은 드라마나 액션 연기엔 제법 괜찮은 소질을 보인다. 전편보다 주인공의 연령대가 어려진 덕에 영화의 분위기도 한층 밝고 상큼해졌다. 앞서와는 다른 의미로 순정만화 같은 면모다. 김진영 감독 작품에 감초처럼 출연해온 김도연의 얼굴도 무척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