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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90년대 초반 독일 십대들의 혼돈과 반항

독일 통일 직후 젊은이들의 성장통 다룬 <우리가 꿈꾸었을 때>

<우리가 꿈꾸었을 때>

최근 독일 영화계에서는 어른 되기의 힘겨움을 그린 영화들이 주목받고 있다. 얼마 전 해외통신원(993호)에서 소개한 바 있는 <우리는 젊다. 우리는 강하다>와 <빅토리아> 그리고 <히피에게 죽음을. 펑크족 만세> 등이 바로 그런 작품들이다. 그런데 이 ‘성장통 영화’ 리스트에 한 작품을 더 추가해야 할 듯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안드레아스 드레젠 감독의 <우리가 꿈꾸었을 때>.

최근 독일에서 개봉했고 지난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던 이 작품은, 베를린장벽 붕괴 직후 어수선했던 동독지역 젊은이들의 삶의 기억을 다룬다. 클레멘스 마이어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했는데,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연출을 선보였던 드레젠 감독의 전작들과는 다소 다른 느낌을 풍긴다.

초등학교 동창인 다니, 리코, 마크, 파울은 십대 후반에도 여전히 우정을 유지하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들은 독일이 통일된 뒤 카오스 상태의 라이프치히에서 자동차를 훔치고, 마약을 하고, 느슨해진 규제를 틈타 디스코텍을 운영한다. 하지만 이들은 네오나치들에게 쫓기며 좌절을 맛보게 된다. 무리를 이루어 거리의 무법자로 종횡무진하는 소년들의 모습은 강렬한 테크노 비트, 디스코텍 사이키 조명, 빠르고 역동적인 화면으로 갈무리된다. 질서와 전망의 부재, 가치관의 혼란 같은 당시 통독 직후의 사회 분위기가 이 영화에 깊이 반영되어 있다.

드레젠 감독은 테크노 음악으로 대변되는 90년대 초반 독일 십대들의 혼돈과 반항을 ‘지금, 여기’로 되살렸다. 그는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속 소년들은 통일 뒤 아직 안정되지 못한 사회, 즉 어떤 진공상태와 같은 곳에서 활동한다. 당시 젊은이들이 가졌던 시대의 가능성, 무정부적인 분위기를 정말 좋아한다. 이러한 패기를 요즘 젊은이들에게 권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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