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던 상국(이상국)과 교사가 되고 싶었던 경희(길경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상의 사람들이다. 들리지 않는 세상에서는 소리내어 소통할 필요가 없고, 언제나 상대방을 바라보며 표정과 몸짓으로 대화를 나눈다. 서로를 만나 사랑을 알게 된 상국과 경희는 또 다른 세상으로 진입한다. 상국과 경희, 그들의 딸과 아들인 보라(이길보라)와 광희(이광희)가 함께 사는 세상은 소리가 존재하는 세상이다. 청각장애인이 아닌 보라와 광희는 들리지 않는 세상과 들리는 세상 모두를 겪고 자랐다. 이질적인 두 세계의 경계에서 남매는 혼란스러웠다. 남매는 자신의 위치를 새로 돌아볼 필요를 느꼈다. 보라는 학교를 그만두고 훌쩍 여행을 떠났고, 광희도 대안학교로 진로를 틀었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는 이길보라 감독의 성장기다. “입보다 손으로 먼저 옹알이를 배운” 이길보라 감독은 자신이 겪어온 부모의 세계와 바깥에서 자신의 부모를 바라보는 시선 사이에서 방황하다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으로 답을 “일단락”지었다. “다시 태어나도 청각장애인으로 태어나고 싶다”던 부모는 들리지 않는 세상에서 충분히 행복을 누리고 있는데, 그들의 딸인 이길보라 감독은 “부모님이 장애인이니 너희들이 착하게 자라야 한다”는 암묵적인 세상의 강요를 견뎌야 했다. 부모를 세상과 이어주기 위해 일찍부터 유산 상속이나 부동산 계약에 관한 이야기도 할 줄 알아야 했다. 하지만 이길보라 감독은 스스로를 “장애인의 자녀”라고 일일이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카메라를 들고 부모의 “행복한 다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으로 그 ‘암묵적인 강요’에 대해 반문하고자 한다.
세계는 하나가 아니다. 보이고 들리는 세계가 있는가 하면 누군가에게는 보이지 않거나 들리지 않는 세계가 존재한다. 인간은 자라면서 점점 알던 것과는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을 만나야 한다. 감독은 편견에 저항하는 대신 편견어린 시선으로는 볼 수 없는 세계로 관객을 친절히 안내한다. 그가 부모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가득 담아 만든 <반짝이는 박수 소리>는 음성언어와 손짓언어가 결국은 같은 데서 출발한 것임을, 들리는 사람이나 들리지 않는 사람이나 노래방에서는 즐거움을 느낀다는 공통점을 기분좋게 깨닫게 만든다. 제1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피치&캐치 제작지원을 받아 만들어졌고, 제15회 장애인영화제 대상과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