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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이식이 불러일으키는 공포 <검은손>

정우(김성수)는 장기배양 성공으로 주목받는 신경외과 전문의다. 그는 동료의사 유경(한고은)과 밀애 중이다. 정우의 아내 지현(신정선)은 자살 시도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정우의 마음을 돌려놓으려는 한편, 유경에게 말 없는 협박을 계속한다. 어느 날 유경에게 윗부분 중앙에 구멍이 뚫린 의문의 상자가 배달된다. 상자를 정우가 보낸 깜짝 선물이라고 착각한 유경은 무심결에 상자에 손을 넣었다가 손목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다. 정우는 타인의 손을 유경의 잘린 손목에 접합하는 수술을 시도한다.

<검은손>은 2008년 <외톨이>로 데뷔한 박재식 감독이 호러 장르에 대한 여전한 애정을 드러낸 작품이다. 의료 행위 중 신체 이식과 관련된 공포에 초점을 맞춘다. 신체 절단을 겪은 환자가 부재한 부위의 통증을 느끼는 환상 사지 증상과는 반대로 영화에서는 이식된 신체가 이식받은 환자의 정신과 행동을 조정하는 상황을 그린다. 신체의 부분이 전체를 이끌어간다는 극의 내용과 반대로 영화는 전반적으로 신체가 정신에 끌려가는 형국이다. 신체에 해당하는 캐릭터가 정신에 해당하는 극의 주제에 끌려간다는 말이다. 캐릭터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내적 고리들이 부족한 데다 그들의 행동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만큼의 매력을 지니지 못한 것도 문제다. 인물간의 동떨어진 연기 톤은 능숙한 배우들의 연기마저 어설퍼 보이게 만든다. 자신마저 믿을 수 없게 된 시대에 대한 메타포로 의료 행위를 활용한 것은 좋았으나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 미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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