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명 구속, 나머지는 불구속 기소 방침, 영화계 자성론 높아 영화계 촌지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일까. 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부장 한봉조)는 3월8일 영화사들로부터 금품을 받고 홍보성 기사를 실어준 혐의(배임수재)로 <스포츠서울> 전 편집국장 이기종(53)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씨는 1998년 4월부터 2000년 5월까지 연예부장과 편집국장으로 일하면서 C영화사 등 4개 영화사 관계자들로부터 홍보성 기사를 실어주는 대가로 19차례에 걸쳐 모두 19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씨가 영화사 관계자들로부터 직접 8차례에 걸쳐 현금 100여만원씩 850만원을 받았으며, 부하 기자에게 “돈을 주지 않으면 기사를 쓰지말라”는 등 영화사들로부터 금품을 받아 상납하도록 지시해 11차례에 걸쳐 모두 1050만원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씨 이외에도 한 스포츠신문 부국장급 간부 등 추가로 혐의가 포착된 스포츠신문 기자 10여명에 대해 다음주 중 일괄적으로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이번 발표에 앞서 검찰은 지난 3월6일 메이저 배급사인 C사와 제작사 M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고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했다. 2월27일 영화 투자, 배급사인 T사와 C사를 조사하면서 시작된 이번 수사가 한때 이들 두 회사에 대한 수사로 그칠 것처럼 보였으나, 혐의사실이 드러난 한 스포츠신문 기자가 해외로 출국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확대됐다. 검찰로서는 일단 칼을 빼든 이상 그냥 물러설 수 없었던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영화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전표와 장부 등을 토대로 기자 개인별 촌지규모를 파악하는 한편 단순한 촌지 관행을 벗어나 먼저 금품을 요구하는 등의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형사처벌 대상자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돈을 건넨 영화사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불구속 또는 약식기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이같은 사태를 접한 영화계 반응은 크게 ‘동정론’과 ‘자성론’으로 나뉜다. 사법처리되는 사람들만 불쌍한 것 아니냐고 말하는 동정론은 대다수 영화사들이 촌지를 준 경험을 갖고 있다는 사실과 관련있다. 일부 영화제작자들 사이에선 사법처리 예정인 스포츠신문 기자를 위해 탄원서를 내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동정론이 우세이긴 하지만 영화인들의 자정결의를 발표하자는 자성론도 적지 않다. 대외적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복구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의사표현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 한 영화인은 “문제가 된 기자들과 별도로 어쩔수없이 촌지를 건넨 영화사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선처를 해줬으면 하는 게 지금 영화계의 공통된 바람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사실 영화계의 해묵은 촌지 관행은 홍보나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에겐 언제나 골칫거리였다. 이번 검찰수사에서 한 영화사의 장부에 버젓이 ‘촌지’라는 항목이 있었고 온라인 입금까지 했다는 이야기는 영화계가 그간 얼마나 도덕적 불감증에 노출돼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동정론이든 자성론이든 이번 검찰수사가 촌지 근절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남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