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아주 좋지 않다.” “규모가 크다고 해서 위협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는 프랑스 페스티벌연합의 장 필립 투생의 말이고, 두 번째는 매년 100만명 넘는 관객을 유치하고 있는 벨포르의 록페스티벌, ‘레 유로켄’의 집행위원장 장 폴 롤랑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요즘 프랑스에서 문화행사들이 하나둘 사라져가고 있는 문제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불경기 지도: 프랑스 문화 자멸하다’가 공개된 이후, 문화계 종사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이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프랑스 북부지방의 한 단체가 정리한 ‘불경기 지도’는 올해 들어 취소되거나 폐지된 예술 관련 행사와 문화 공간들을 분야별로 표시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2015년 3월 현재, 프랑스 전국에서 100여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폐지되었고 이와 함께 40여개에 이르는 문화 공간도 문을 닫았다. 걱정스러운 점은 이 숫자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중에는 도빌아시아영화제와 파리 시네마도 포함되어 있다. 매년 3월 행사를 진행했던 도빌아시아영화제는 올해 잠정적인 휴지기를 가지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고, 매년 7월에 진행되었던 파리 시네마는 현재 2014년 이후 업데이트되지 않은 공식 사이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르 파리지앵>과 <르 몽드>는 2014년 3월 지방선거 이후 지방 공공단체 지원금이 대폭 삭감된 것을 이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러한 ‘강력한 조치’를 감행한 정부와 지방단체들은 문화행사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는 2014년 여름 프랑스 문화계가 ‘간헐적으로 문화 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제도’(Regime Intermittent du Spectacle, RIS) 축소에 반발해 진행했던 거센 시위의 결과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에 아비뇽국제연극축제의 대표 폴 롱댕은 “우리도 경제적인 상황에 대해 분명히 자각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현 상황에 너무 급작스럽게 대처하기보다는 우리와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프랑스 자국문화 보호정책은 앞으로 순조롭게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