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활동 전력이 있는 수습기자를 정사원으로 임용하고 비보도 부서로 발령한 KBS 경영진의 결정에 대해 KBS 11개 직능단체와 노조 등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임용을 즉각 취소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이 사태를 막지 못해 국민에게 사과한다는 성명도 냈다.
불편하다. 왜들 이렇게 비장하신가. 논란이 일자마자 당사자가 광속으로 일베의 과거 글들을 지우고 사내 보도게시판에 싹싹 비는 글도 올렸다는데 말이다. 기회를 줄 수는 없는 걸까. 한번 일베였으면 영원히 일베여야 하나.
그가 지난해까지 일베의 헤비유저였고 여성비하, 호남혐오 등 악의적인 내용의 글을 다수 올린 것은 사실이나 입사 이후로는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자들의 익명 앱에 문제성 댓글을 달았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게 알려졌다. 보도게시판에 올라 있는 반성문은 꽤 절절한 어조와 내용이라고 한다. 이미 ‘지옥 같은’ 수습 석달을 보냈을 테고 여기저기 실명이 떠도는 등 신상도 다 ‘털린’ 마당이다.
임용을 반대하는 이들은 그가 일베에 쓴 글의 표현 수위를 보면 인권과 공익적 가치를 지켜야 하는 공영방송 구성원으로서 도저히 함께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KBS라고 무결점의 성지는 아니지 않나. 그 많은 일베‘스러운’ 간부들과 일베‘스러운’ 세력에 면죄부를 주는 보도들은 어쩌라고. 조직의 공적 책무는 ‘멘탈’이나 ‘인격’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지켜져야 한다.
생각은 양심처럼 까서 보여주거나 증명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행동을 보는 게 옳다. KBS ‘선배’ 구성원들이 좀더 신중하고 관대했으면 좋겠다. 자기 집단의 정체성과 선명성을 어떻게 지켜낼지 ‘밖으로’가 아니라 ‘안에서’ 실천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적어도 전력을 이유로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디딘 한 청년을 내치는 일은 아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