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모든 것의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마을 윈드랜드. 평화롭던 어느 날, 까마귀 마녀는 소중한 바람을 만들어내는 마법의 바람개비를 훔쳐 마을을 망치기로 마음먹는다. 늘 바람개비를 지켜온 거북이 할아버지가 마녀 일당에 납치당하고, 바람개비가 멈추자 마을은 금방 황폐해진다. 윈드레인저 6인방은 바람개비를 되찾으려고 하지만, 오히려 그걸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고 만다.
<윈드랜드>는 이탈리아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펫 팔스>의 두 번째 극장판이다. 우리에게는 꽤 낯선 이름이지만, 현지에서는 공영방송 <Rai 2>를 통해 10년간 156개의 에피소드를 방영했을 정도로 상당한 인기를 구가한 작품이다. 그래서일까? 강아지, 고양이, 토끼, 병아리, 오리, 개구리로 이루어진 주인공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영화는 그들 각자를 보여주는 데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초반을 스윽 지나간다. 결국 여섯주인공 중 누구에게도 관심을 갖지 못한 채 그저 흘러가는 이야기를 멀뚱히 지켜봐야 한다. 악당으로부터 마을의 보물을 되찾는 과정을 그린 <윈드랜드>는 분명 ‘어드벤처’를 표방하고 있지만, 긴장을 유지해 관객이 극에 몰입하도록 하는 순간이 없다. 위기의 순간이 자주 등장하지만, 지나치게 똑똑한 캐릭터들은 그때마다 금방 해결 방안을 생각해내 긴장의 기회를 유유히 빠져나온다. 바람이 산들산들 부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밋밋한 웃음만 남길 뿐이다. 곁가지에 불과한 설정을 비교적 오래 늘어놓는 대목들을 보면, 이 방향이 군더더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도 아닌 듯하다.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으로서 설정한 면모는 뚜렷하다. 우선 관객을 적극적으로 이야기에 참여시킨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스크린을 보는 아이들에게 직접 말을 걸고, 그대로 반응한다. 바람을 후 불어보라고 하면 멈춘 바람개비가 돌기 시작하고, 악당이 사는 곳이 어디인지 물어보고- 악당을 찾아 헤매는 과정 역시 없다- 대답을 듣곤 그곳으로 향하는 식이다. 교육적인 메시지가 직접적으로 깔렸다는 것 역시 눈에 들어오는 사례다. <펫 팔스>는 이미 유네스코와 함께 제작한 시리즈를 통해 물의 중요성을 드러낸 바 있다. <윈드랜드>에서는 바람을 동력 삼아 돌아가는 마을로 배경을 정해 풍력에너지의 효용을 다방면으로 드러냈고, 엔딩 크레딧이 오르는 와중에 보너스 영상을 붙여 재활용의 가치 또한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