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봄이 시작된다는 3월20일, 때아닌 폭설로 뉴요커들이 기나긴 겨울에 이어 또다시 고역을 치르고 있을 때에도 장르 팬들의 지알로(슬래셔 장르에 큰 영향을 미친 이탈리아 스타일의 호러영화)에 대한 사랑은 빛났다. 맨해튼 앤솔러지 필름 아카이브 극장이 눈보라를 뚫고 온 호러영화 팬들로 가득 찼던 것이다. 지알로영화제가 3년 만에 ‘더 킬러 머스트 킬 어게인!: 지알로 피버, 파트2’라는 제목으로 뉴욕을 찾았다. ‘말라스트라나 필름 시리즈’(이하 MFS)는 3월20일부터 29일까지 이 영화제를 통해 11편의 지알로영화를 소개한다. MFS는 지난 2012년 ‘지알로 피버!’와 2014년 ‘이탈리아 커넥션’으로 컬트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던 바 있다.
모두 35mm필름으로 상영되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개막작으로 선정된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섀도>(1982)와 <페노미나>(1985) 등을 비롯해 마리오 바바의 <블러드 베이>(1971), 움베르토 렌지의 <더티 픽처스>(1971), 알도 라도의 <작은 인형들의 긴 밤>(1971), 루이지 바조니의 <풋프린츠 온 더 문>(1975), 루치오 풀치의 <사이킥>(1977) 등이 소개된다. 특히 이중에서 눈길을 끈 작품은 바조니 감독의 <풋프린츠 온 더 문>. 지난 지알로영화제에서 소개된 <오리를 괴롭히지마>(1972)에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를 보인 플로린다 볼컨이 달에 좌초된 두 우주 비행사에 대한 꿈을 계속해서 꾸는 통역사 앨리스로 출연한다. 전형적인 지알로영화의 관습에서 벗어나 눈길을 끄는 이 작품은 <인생은 아름다워>(1997)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니콜라 피오바니가 음악을 담당했고, <지옥의 묵시록>(1979)과 <마지막 황제>(1987) 등으로 역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비토리오 스토라로가 촬영을 맡았다. 이번 영화제 소개작 중 가장 접하기 어려웠던 작품 중 하나로, 필름 프린트 보존 상태가 좋아 장르 팬들이 놓치면 안 될 영화로 꼽힌다.
MFS의 창단 멤버이자 프로그래머인 채연선씨는 “구하기 힘든 영화를 많이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매번 많은 프로그래머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영화제에는 특히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짐 자무시, 빌 러스틱 등의 감독들도 여러 번 극장을 찾아 관객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