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났다. 이 정부의 이름. ‘제2의’ 정부. ‘이명박근혜’라는 이름은 이 정부의 성격과 특징을 보여주기에는 미흡했다. ‘제2의 한강의 기적’, ‘제2의 경제 도약’ 등 70년대 국민학교 시절의 추억 ‘돋는’ 발언과 행보 가운데 대박은 ‘제2의 중동붐’이다. 아, 정말 이분은 한치도 그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했구나. 갈수록 강박과 집착이 심해지는구나. 초유의 저유가 시대에 그 나라 청년들도 일자리가 없어 외국 자본이 투자한 회사에 자국 청년 할당을 주문할 정도인데….
자신의 좋았던 시절에 이렇게나 달라진 세상을 우겨넣고 있으니 정책이든 비전이든 나오는 것마다 ‘헉’ 소리 나지.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오와 열 맞춰 문 열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도 한마디로 ‘그분 보기 좋으셨더라’다. 부산센터 출범식에서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고 달떠 마지않았다. 예비 창업자와 중소기업들에 그 지역에 ‘매칭’된 대기업의 노하우를 전수해주겠다는 건데, 롯데가 낙점받은 부산을 보자. 서비스, 영화•영상, 사물인터넷을 내세웠다. 올 초 롯데는 사업 아이템으로 골머리를 썩이다(이미 발빠르게 ‘문화’를 찜한 CJ랑 겹치지 않게), 자사 강점도 있는 지역 히트상품의 전국 물류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가 ‘어묵 유통업’ 소릴 들었단다. (그분 보기 좋게 진작 외래어 섞었어야지. ‘피시슬러시 카인드서클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일명 ‘어묵 선순환 신생기업 육성’.) 이러니 각 지역 창조센터가 절반도 문을 안 연 상황에서 ‘기왕의 정책과 겹친다’, ‘재벌 돈 뜯어 생색만 낸다’, ‘정권 바뀌면 다 무소용’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거다.
사람은 경험을 밑천으로 살아간다. 실패의 경험이든 성공의 경험이든 오늘의 나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다.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분은 자신의 경험을 고작 아버지의 어시스트로 한정하고 있다. 정말 ‘노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