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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이라는 이름의 징후들 <코멧>

델(저스틴 롱)은 유성우 관측 캠프에 참여했다가 킴벌리(에미 로섬)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델은 그녀의 남자친구가 보는 앞에서 대책 없이 킴벌리에게 관심을 보인다. 델이 킴벌리에게 마음을 빼앗긴 사이, 차 한대가 델에게 돌진해온다. 킴벌리는 델에게 위험 신호를 보내 그를 구한다. 우여곡절 끝에 둘은 본격적으로 만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시간적으로 다른 인간이다. 델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찬 미래형 인간이고, 킴벌리에겐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 영화는 시간대를 넘나들며 두 사람의 사랑과 이별에 관한 에피소드를 그린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일은 어쩌면 서로 다른 시간대가 동시다발적으로 분기하는 일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영화가 타임슬립을 전면에 내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영화는 기억인 듯 꿈인 듯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든다. 영화에서 그리는 타임슬립은 비현실적인 것만은 아니다. 영화가 강조하는 것은 예감이라는 이름의 징후들이다. 이것은 현재에 끼어든 미래의 순간이다. 고백의 순간 떨어지던 유성우, 애인의 변심을 알게 된 순간 쏟아지는 장대비 같은 우연이라는 이름의 신호들 말이다. 영화는 사람의 얼굴을 프레임의 한쪽 구석에 몰아넣은 채 배경과 얼굴을 함께 잡는 독특한 프레임을 구사한다. 사랑이 늘 기후, 계절, 장소 등 외부적인 상황과 관계한 것임을 나타낸다. ‘타임슬립’이라는 형식에 몰두한 탓일까. 사랑의 순간에 대한 흡인력이 떨어지는 점은 아쉽다. 사랑 이야기의 핵심은 결국 ‘두 사람의 사랑에 얼마나 공감하고 접속할 여지를 마련하는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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