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변했다고 하는데, 정말 변했다. 허연 건 둘째치고 어쩌자고 저렇게 빠졌을까. 그간의 부침들이 성긴 머리칼 사이로 엿보이는 듯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는 사진을 보니 비교가 돼 더 실감났다. 동시에 늘푸른 청춘 같은 대통령의 외양이 급부담스러워졌다. ‘저 올림머리, 숙련자가 만져도 30분은 걸릴 텐데…. 아놔. 꾸미고 다듬는 시간 빼면 일은 대체 언제….’ 올림머리에서 뽑아다 성긴 머리에 옮겨 심고 싶은 충동이 순간 일었다. 오바마도 늙었다. 한결같기로 치자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수년째 같은 몸매, 같은 정장) 메르켈도 바뀌었다. 옆 나라 아베도 인상이 더 험악해졌다. 하다못해 갓 30대에 들어온 북쪽의 김정은도 꽤 달라졌다. 누구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일을 하면’ 이렇게 된다.
문 대표는 ‘계급장 달고’ 본격 주행에 들어가며 과감하고 유연해졌다는 평가가 따른다. 자신감도 붙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멀박’ 김무성 대표가 무색하게 경제정책에 대한 ‘타박’도 아끼지 않았다. 홍준표 경남지사를 만나 “벽에 대고”라도 얘기하고 왔다(홍 반장, 이만하면 소기의 목적 달성했잖소. 관심받기로 치자면 대통령 다음이잖소. 그러니까 쫌 뚝!).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최근 <한겨레> 지면에서 문 대표에게 사자처럼 강한 지도력을 주문했다. 국민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 ‘강한 사람’을 선택한다는 분석, 옳다. 근데 우리의 정치환경에서 좋은 사람이 과연 강해질 수 있을까. 사자의 심장은 길러지는 게 아니라 타고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것은, 우리는 그의 울음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문 대표는 아직 ‘자기 정치’를 해보지 않았다. 완성될 즈음이면 지금보다 훨씬 더 폭삭 늙어 있겠지. 흑. 대신 강한 것이 좋은 것이라 여겨지는 ‘도착된 정치’가 조금이라도 방향을 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