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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아는 이야기가 낯설게 보이네
안현진(LA 통신원) 2015-03-19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신데렐라> 제작진을 만나다

또 하나의 <신데렐라>가 극장을 찾아온다. 신데렐라가 실은 팜므파탈이었다는 식의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가 아니다. <신데렐라>라고 하면 원작 동화보다도 먼저 떠오르는 디즈니의 1950년작 애니메이션 <신데렐라>를 오리지널 스토리로 삼아 지고지순하게 만들어진 실사영화가 2015년판 <신데렐라>다.

디즈니는 최근 몇년간 자사가 보유한 클래식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실사영화화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그 첫 시작은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였고, 다음은 샘 레이미 감독을 기용한 <오즈의 마법사> 프리퀄인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2013)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잠자는 숲속의 공주> 속 악역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한 <말레피센트>(2014)가 이 행보의 뒤를 이었다. 이 프랜차이즈의 최근작이 오는 3월13일 전세계 동시 개봉하는 <신데렐라>다.

영화는 주인공 엘라(릴리 제임스)의 행복한 어린 시절로 시작한다. 하지만 엘라가 천덕꾸러기 고아 신데렐라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고작 30분에 불과하다. 급작스러운 어머니(헤일리 애트웰)의 죽음, 아버지의 재혼, 아버지의 죽음 등 일련의 고난을 겪으며 엘라는 신데렐라가 돼간다. 그다음부터는 모두가 아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신데렐라는 요정(헬레나 본햄 카터)의 도움으로 호박마차를 타고 무도회에 참석하고, 왕자(리처드 매든)는 신데렐라에게 반하고, 마법이 풀리기 전에 자정에 도망치듯 나오던 신데렐라는 유리구두 한짝을 잃어버리고, 왕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유리구두를 신기며 신발의 주인 찾기에 나선다. 그런데 이 유명한 이야기를 영화로 보는 일이 기대 이상으로 재밌다.

케네스 브래너 감독과 작가 크리스 와이츠는 일견 고지식하리만큼 충실한 리메이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크리스 와이츠와 프로듀서 앨리슨 시머의 “리메이크라기보다는 리텔링”이라는 설명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신데렐라>가 원작과 대표적으로 다른 지점은, 엘라와 왕자가 무도회 이전에 숲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또 계모인 레이디 트레메인(케이트 블란쳇)이 그저 악녀로만 보이지 않도록, 왕자가 신데렐라를 신분상승시키는 도구에 불과하지 않도록, 캐릭터에게 필요한 전사와 그림자를 추가했다는 점이다. 엘라 역시 시작은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듯 무색무취의 캐릭터로 출발하지만 운명에 자신을 맡기지 않는 현대적인 캐릭터로 성장했다.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는, 호화롭다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단테 페레티(<셔터 아일랜드> <휴고>)의 프로덕션 디자인과 샌디 파웰 의상감독(<천일의 스캔들> <디파티드>)이 펼쳐낸 코스튬의 향연이다. 특히 신데렐라와 왕자가 춤을 추는 무도회 장면은, 이 영화 속 프로덕션 디자인의 총체와 코스튬 디자인의 압권을 보여준다고 할 정도로 인상적이다.

<신데렐라>에 대한 평가는 읽는 재미가 있다. <포브스>는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화하는 최근의 서브 장르물 중에서 단연 최고”라고 찬사를 보냈고, <엠파이어>는 전반적으로 미온한 호평을 보내면서도 유독 한 장면을 두고는 “놀랍도록 감동적”이라고까지 했다. 결국 진짜 평가는 개봉 뒤 극장을 찾는 관객의 몫이겠지만, <버라이어티>의 촌평처럼 “<신데렐라>는 원작의 못난 이복형제가 아니다.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괜찮은 동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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