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에서 변변한 직업 없이 살아가던 존(강지환)과 첸(박정민)은 우연히 땅속에 파묻혀 황천길을 건널 뻔한 보스(안석환)를 구해준다. 그 일을 계기로 둘은 재즈바를 운영하는 보스의 왼팔과 오른팔이 된다. 어느 날, 재즈 싱어가 되길 꿈꾸는 보스의 여자 사라(윤진서)가 보스의 돈가방을 들고 도망친다. 큰돈을 버는 게 꿈인 첸과 사라와의 사랑을 꿈꾸는 존은 사라진 돈가방과 사라를 찾아 각자의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하려 한다.
<태양을 쏴라>가 조준하려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실패한 사랑과 우정? 혹은 그들의 어그러진 꿈이었을까. 결과적으로 <태양을 쏴라>는 자신이 펼쳐놓은 이야기와 그림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면서 그 어떤 과녁에도 화살을 명중시키지 못한다. 캐릭터와 이야기엔 빈틈이 많고, 연기와 연출엔 너무 힘이 들어갔다. 인물들의 과거는 지나치게 생략됐고, 꿈을 좇는 자들의 현재엔 노력과 고민의 흔적이 지워져 있다. “이제 다시 돌아갈 순 없겠지?”나 “돈이 있어야 꿈도 꿀 수 있어” 같은 상투적 대사만으로는 인물의 감정에 공감할 수 없다. 영화는 LA와 라스베이거스에서 촬영을 진행했는데, 그곳의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순간도 있지만 지나치게 풍경을 의식해 찍은 듯한 장면들이 도리어 이야기로의 집중을 방해한다. 그나마 첸 역의 박정민의 연기가 영화에 숨통을 틔운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2006), <도쿄택시>(2009),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2011, 박철수 감독과 공동연출)을 만든 김태식 감독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