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여전히 다큐멘터리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춘천 약사동의 망대와 주변 사람에 관한 기록인 <망대>는 공간을 다루되 시간여행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비 내리는 어두운 도시. 때는 2037년, 장소는 춘천이다. 7년 전 타임머신이 개발된 덕에 시간여행이 가능해졌다. 정부는 시간여행을 통제하려 하지만, 통제망을 피해 다른 시간에 숨어 버린 불법체류자들이 다수 양산된다. 시간감시관인 ‘나’는 불법체류 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2014년의 춘천에 파견된다. 불법체류자들은 춘천 약사동의 망대 주변으로 숨어든다. ‘나’는 조사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불법체류자들과 마을 사람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한다.
문승욱 감독은 <나비> <로망스> 등 극영화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2009년 <시티 오브 크레인>을 시작으로 다큐멘터리쪽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도 자신의 극영화적 베이스를 반영해왔다. 인천을 배경으로 한 <시티 오브 크레인>에서 그는 페이크 다큐멘터리적인 방식을 사용했고, <망대>에서는 시간여행이라는 컨셉을 도입했다. 시간여행이라는 컨셉을 제외한다면 <망대>는 인터뷰 의존적인 전통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달리 말해 인터뷰와 시간여행이라는 컨셉은 서로 잘 섞여들지 않고 외따로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시간여행은 단순히 다큐멘터리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도구만은 아니다.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개인의 기억이 시간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지표로 시간여행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시간여행을 통해 어떤 장소에 숨는다는 것은 ‘기억하다’의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인터뷰는 주로 망대 근처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그들은 각자 망대에 대한 자신의 기억을 이야기한다. 망대를 그리는 화가 서현종은 그림 그리는 행위가 망대를 지켜가는 자신의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행위는 후반부 마을 주민들의 기록활동으로 확장된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시간감시관인 ‘나’는 곧 카메라다. 이 때문에 다큐멘터리는 감정이 배제된 카메라의 기계적인 시선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고속과 저속 촬영을 오가며 때로는 일상적인 속도보다 느리게, 때로는 일상적인 속도보다 빠르게 대상을 포착한다. 이는 빠른 개발의 속도를 은유하는 동시에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만드는 것으로서의 카메라의 존재성을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