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일급 카지노에서 일하는 닉 와일드(제이슨 스타뎀)는 얼른 은퇴하고 한적한 곳으로 떠나기를 원한다. 하지만 엉망이 된 채로 나타난 옛 연인 홀리(도미닉 가르시아 로리도)가 복수를 도와달라 청하면서 닉의 계획도 물거품이 된다. 그녀의 복수 대상은 악명 높은 부호 대니(마일로 벤티미글리아)로, 잘못 건드렸다가는 역풍맞기 십상인 난감한 상대다. 실력을 감추고 지내던 닉은 홀리의 복수를 돕기로 한다.
제이슨 스타뎀의 이름만 보고 <와일드 카드>를 <분노의 질주>류의 액션영화로 오해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신용카드 한장으로 무장 거한들을 제압하는 어떤 장면을 제외하고는 닉은 몸 쓰는 일이 거의 없다. 직접 말하길, “비행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고, 도쿄에서 가라테를 수련했으며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5분 만에 암기한 <뉴욕타임스> 기사를 5주간 복기 가능할뿐더러 국제권투대회에서 3회 연속 챔피언을 달성한 데 이어 4개 국어도 유창”하다는 닉은 이 모든 능력을 꽁꽁 감춰두고 조용히 지내려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슬로모션 액션 장면은 제작진의 성의까지 의심케 한다.
재미는 다른 데 있다. 하나는 낯익은 배우들이 생각도 못한 데서 툭툭 튀어나오는 모양을 지켜보는 것이다. <포비든 킹덤: 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2008)에서 성룡과 이연걸의 뒤를 따르던 마이클 안가라노는 가르침을 청하기 위해 닉을 찾아온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스탠리 투치는 이름만으로도 모두들 한수 접고 들어가는 갱 ‘베이비’를 연기한다. 주목받는 아역배우에서 지금은 엘런 드제너러스의 과거 연인으로 더 잘 알려진 앤 헤이시, TV시리즈 <모던 패밀리>의 ‘똑뚜미 여사’ 소피아 베르가라 등 북미의 TV스타들도 카메오로 출연했다. 두 번째 재미는 유명 시나리오작가 윌리엄 골드먼의 인장을 찾는 것이다. <와일드 카드>는 골드먼의 소설 <히트>가 원작이고 그가 직접 각본도 맡았다. 가령 특수한 정신 능력을 가진 고독한 남자주인공이라든지 낙원에 대한 향수가 드러나는 장면을 교차편집한 설정은 골드먼이 각본을 쓴 <마라톤맨>(1976)과 <하트 인 아틀란티스>(2001)를 닮아 있다.
예상치를 벗어나지 않는 결말은 다소 싱겁다. 제목 때문에라도 모종의 반전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기 쉽지만 제목은 말 그대로 ‘닉 와일드의 카드’이자 용병인 닉의 처지를 비유한 것일 뿐이다. 별다른 와일드카드가 없다는 것이 이 영화의 와일드카드라고 할 수는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