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외딴 지방 페리고르에서 송로버섯 농장을 운영하던 라보리(카트린 프로)는 우연한 기회로 대통령(장 도르메송)의 개인 셰프를 의뢰받고 엘리제궁으로 입성한다. 그녀는 유능한 보조 니콜라(아르튀르 뒤퐁)의 도움을 받아 관저의 딱딱한 시스템을 유연하게 대처해나간다. 화려한 격식보다는 어린 시절 먹던 가정식을 원하는 대통령의 입맛을 금세 만족시키지만, 수십년간 엘리제궁의 음식을 전담했던 주방장의 시기는 짙어만 간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업무와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주방의 곱지 않은 시선에 라보리는 회의를 느낀다.
요리를 소재로 하는 영화는 대개 유쾌하고 힘차다. 음식이 만들어지는 장면들은 빠른 편집을 타고 소상히 기록되고, 손쉽게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별미를 즐기는 인물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해맑기 마련이다. 프랑스의 미테랑 전 대통령의 식탁을 책임졌던 다니엘레 델푀의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엘리제궁의 요리사>는 그런 요리영화의 컨벤션에서 살짝 비껴 서 있다. 영화는 라보리가 대통령 개인 셰프를 그만두고 남극에서 대원들의 식사를 만드는 시점에서 시작하며, 대뜸 남극의 매서운 바람과 차가운 공기를 먼저 보여준다. 남극과 엘리제궁을 교차하면서 진행하며, 두 장소의 날씨, 환경, 사람을 반대편에서 찍은 것처럼 대치시켰다. 시종 어두침침하고 쌀쌀한 남극의 대원들은 여유롭지만, 어디에나 햇빛이 비추고 있는 화려한 엘리제궁에서는 모두가 한치 앞을 내다볼 새 없이 분주하다. 연어로 속을 채운 양배추, 송아지와 돼지 살코기로 층을 쌓아 만든 ‘오로르의 베개’, 과일과 피스타치오 누가틴을 얹은 크림 타르트 등 대번에 구미를 당기는 요리들이 속속 등장하지만, 전반적으로 그것을 만드는 과정을 읊는 대사들이 더 많이 기억에 남는다. 실제 음식이 등장하는 빈도 때문이다. 요리 과정은 바쁜 일정에 쫓겨 전화 통화로 전달되거나 상부에 보고하는 식으로 ‘서술’될 뿐, 정작 그 맛있는 비주얼은 드물게 나타난다. <엘리제궁의 요리사>는 차라리 관료 시스템을 견디며 요리라는 일을 수행하는 피로를 찍는 영화처럼 보인다. “사람 때문에 힘들죠? 나도 그래요.” 대통령은 라보리의 주방을 직접 찾아 그녀가 만든 송로버섯 요리를 겸상하며 지친 그녀에게 위로를 전한다. 후반부의 이 신은 영화에서 음식을 만드는 과정과 그것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함께 담긴 유일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