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지드는 인간 오스카 와일드에게 반했던 것 같다. <오스카 와일드에 대하여>에 실린 글은 와일드가 세상을 떠난 뒤 지드가 발표한 글을 묶은 책인데, 책으로 만들면서 자신의 생각을 번복하기는 했지만 “와일드의 작품, 그중에서도 특히 그의 희곡을” 혹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와일드의 작품에 대해 그런 평가를 조장한 것은 와일드 자신이었다. “나는 나의 천재성을 내 인생에 쏟아부었다. 내 작품에는 고작 재주만을 부렸을 뿐이다.” “인생에서 얻은 모든 것은 예술로서는 잃은 것이다.”
‘추모하며’라는 제목의 1부는 별개로 발표된 글을 묶었을지언정 그 자체가 유려한 구성의 추도사와 같다. 첫 만남에 대한 장은 와일드가 그 자신의 작품보다 얼마나 화려한 연극적인 인물이었는지를 과시하듯 보여준다. 와일드는 자신의 소설을 이미 사석에서 연기해 보여주는 배우와 같이 묘사된다. 여기서 지드는 그저 한 사람의 관중이다.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2장의 슬픈 기억으로 넘어간다. 자신의 작품을 살아내는 것 같던 자연스러움과 활기는 사라졌다. 기쁨에는 억지가 깃들었다. 이제 모든 일이 끝나 돌아보니 이 시기는 와일드가 동성애를 이유로 강제노역에 처해지기 직전으로, 그가 추락을 겪던 때였다. 3장부터는 출소 이후의 와일드가 지드와 우연히 만나 교도소에서의 생활을 들려준다. 여기까지를 차분히 읽고 나면 감정적으로 동요되지 않기가 불가능해지기 시작하는데, 와일드는 새 희곡을 완성하기 전에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으려 한다. 그래봐야 범죄자 취급이나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드는 와일드의 천재를 믿었다, 아니 ‘알았다’. 지드가 와일드의 작품에 박한 평가를 하는 것은 인간 와일드에 대한 찬탄이다. 이 미묘하고 솔직한 지드의 속내가 다소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글은 2장의 한 대목에 달린 기나긴 주석(지드가 직접 달았다)이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처음에는 참신했지만 글로 남겨진 그 작품은 실로 실패한 걸작이라는 것이다. 와일드의 글은 와일드가 다듬을수록 진부해진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그의 친구가 소설을 못 쓴다고 놀리는 바람에 겨우 며칠 만에 탈고한 것이다.
지드는 와일드의 수감 이후의 나날을 소매가 닳아버린 화려한 옷차림이 상징하는 경제적 어려움과 “원망하지 말게. 무너진 사람에게 그래서는 안 된다네”라는 말을 건네는 슬픈 표정으로 묘사했다. 와일드의 친구들은 지드의 묘사에 꼭 동의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그에 대한 지드의 해명도 여기 실려 있다. 하지만 그런 디테일보다도, 지드가 와일드라는 산을 묘사하는 솜씨와 대상에 대한 애정이 와일드를 마치 낯선 극중 인물처럼 멀고도 가깝게 느끼게 한다. 손쉬운 연민의 대상이 아닌 마지막 조각이 사라진 퍼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