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시골 마을 소라치에는 텃밭을 가꾸듯 일상을 소박하게 일구어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 도쿄에서 음악을 공부하던 아오(오오이즈미 요)는 돌발성 난청 때문에 꿈을 접고 동생 로쿠(소메타니 쇼타)가 있는 고향 소라치로 돌아온다. 아오는 피노 누아 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를 재배하고 로쿠는 강아지 바베트를 키우며 밀농사를 짓는다. 그러던 어느 날 캠핑카로 여행 중인 에리카(안도 유코)가 등장하면서 마을에는 새로운 활력이 돈다. 자유분방한 기질의 에리카는 날마다 동네 사람들을 캠핑카로 초대해 와인 파티를 여는 한편 암모나이트를 찾기 위해 포도밭 근처에 땅 구덩이를 파기 시작한다.
미시마 유키코 감독의 데뷔작 <해피 해피 브레드>(2011)가 카페 ‘마니’에 관한 세편의 짧은 단편을 엮은 옴니버스영화였다면 <해리 해피 와이너리>는 소라치에 모인 세 인물 아오와 로쿠, 에리카의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소재는 빵에서 와인으로 바뀌었지만 두 작품 모두 일상이 지닌 힘으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 영화다. 음악을 포기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아오는 에리카를 만나면서 내면의 변화를 겪는다. 영화의 세계관만큼이나 영화의 풍경 역시 잔잔하고 평화롭다. 고풍스러운 오크통과 아날로그 감성의 소품들, 야외에서 바람을 맞으며 거품 면도를 할 수 있는 목조 미용실 등 감독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화면을 연출하는 데 공을 들인다.
하지만 인물들마저 동화 속 주인공처럼 티 없이 맑고 순수하게만 그려지면서 영화가 종종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가령 에리카의 하루 일과는 전 재산을 들여 마련한 캠핑카에서 생활하며 암모나이트를 찾기 위해 땅을 파는 게 전부다. 하지만 정작 암모나이트가 중요한 이유를 관객에게 설명하는 일에는 소홀해 인물을 개성 강한 몽상가로 묘사하는 일에만 신경 썼다는 인상을 준다. 같은 맥락에서 음악을 그만둔 아오가 갑자기 피노 누아 와인 제조에 혼신을 다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하면서 영화의 엔딩이 의도했던 만큼의 울림을 주지 않는다. 암모나이트나 와인이 분명 영화의 독특한 감성을 형성하는 소재인 건 맞지만 인물들의 사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하면서 오히려 이야기의 생기를 해치는 인위적인 설정처럼 작용한다. 동화적인 이미지의 연출만큼 서사의 매무새를 다듬어낼 줄 아는 손길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