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에게 모양 빠지면 안 되니 성묫길에 늘 커다란 꽃바구니를 들고 오라고 시키는 어느 사모님은, 순국선열 즐비한 국립묘지에서 자식 손주들을 병풍처럼 둘러치고 관리인 눈을 피해 부르스타에 라면을 끓여드시는 신공을 발휘하셨단다. 묻힌 분이 굉장히 민망하셨을 것 같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만큼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더 막나가버리는 ‘후천성 양심결핍증’은 국록을 먹는 이들일수록 더 많이 앓는 것 같다. 막대한 책임을 지고 일을 ‘시작하는 자리’가 아니라 무슨 일을 한 ‘결과로 얻는 자리’라는 인식이 팽배해서가 아닐까.
고위 공직자와 가족들이 다들 이런 정신의 소유자는 아닐 터이나 대통령의 돌려막기 시즌XII 주인공들 ‘스펙’을 보니 이 정부 들어 조명받는 이들은 빠짐없이 ‘한 정신’들 하시는 것 같다. 장관(급) 후보자 네명은 몽땅 위장전입을 기본으로 깔았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해먹었다고 평가받는 총리의 청문회를 본 터라(그러고도 총리 되는 꼴을 본 터라) 체념인지 포기인지 기대치가 바닥에 깔렸다지만 짚을 건 짚어야지. 위장전입해서 재산 불리고 자식 원하는 학교 보냈다면 거기서 만족할 순 없었을까. 어떻게 다(더) 가지려 드나.
일찍부터 큰 뜻을 품어온 이들이 이 정도로 자기관리가 안 돼 있다면 몰염치하거나 무능력하거나 둘 중 하나다. 그들을 발탁한 이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혼외자식 유무도 아니고 위장전입 여부쯤은 검증 단계에서 쉽게 걸러지는 정보인데, 알고도 지명했다는 얘기잖소(게다가 혼외자식은 혀를 찰 일일지 모르나 그 자체로 범법은 아니잖소). 이렇게 질러놓고 또 정체 모를 순방길에 오르시니, 정말 그분은 무서운 게 없는 걸까 무서워서 이러는 걸까.
공직자의 자격기준이 느슨하다 못해 풀려버렸다. 너무 쉽게 봐준다. 진짜 무서운 건 이거다. 이렇게 둔해지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