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지역구 의원은 20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는 100명으로 늘려 전국 6개 권역에서 나누어 뽑는 내용이 담긴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1등 득표를 못해 지역구 의원으로 뽑히지 못해도 권역의 비례대표로 동시에 등록해 높은 득표자는 구제받을 수 있는 방안도 포함됐다. 비교적 똑 떨어지는 처방이다. 이번 같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제도 개혁 방안은 내가 머리털 빠지면서 늘 듣던 소리였다(그래, 밥벌이하느라 일찍부터 빠졌다). 정말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니까.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선거구 인구 편차를 2 대 1로 줄이라는 결정을 내린 지 넉달이 되도록 국회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차일피일 미루고 뭉개다 선거 닥치면 일정 핑계로 선거법 개정은커녕 제 밥그릇만 챙기려 들게 뻔하다. 그러니 국회에만 맡겨둘 수가 없다. 국회의장이 여론조사든 공청회든 여러 의견 잘 모아 제대로 하길 바란다. 언능. 어찌된 게 총리만큼 존재감이 없으시의화.
막강 권한을 지니고도 스스로를 비정규직 월급쟁이쯤으로 여기는 의원들의 행태는 보는 사람 격 떨어지게 만든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회적 자존감은 바닥이다. 많은 이들이 실제 벌이보다 자신을 계층적으로 낮게 평가한다. 월수 500만원이 넘어도 스스로를 중간이나 그 이하라고 여기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왜 그럴까. 안전망은커녕 안전조차 위협받는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느끼는 불안과 공포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뼈빠지게 벌어도 대출금 갚느라 뭉텅이로 나간다. 그리하여 격조는 개뿔, 사회적 책임은 고사하고 벌이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고르고 가질 겨를도 없었다. 그러니까 호주머니에 돈이 있어도 매일 “불어터진 국수”나 먹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국수가 불쌍한 게 아니라 사람이 불쌍하다. 새 밥 지어 먹자. 현미 골고루 섞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