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전부터 화제였던 <우리는 젊다. 우리는 강하다>(We are Young. We are Strong)가 지난 1월 말부터 독일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 이 영화는 1992년 8월 독일 북부의 옛 동독 지역인 리히텐하겐에서 발생한 난민거주주택 방화사건을 다룬다. 최근 독일의 각 도시에서 반이슬람 시위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러한 정세를 고려했을 때 이 영화의 개봉은 이보다 더 시의적절할 수가 없다.
리히텐하겐의 한 아파트 벽에는 아직도 해바라기 문양이 새겨진 모자이크가 남아 있다. 일명 ‘해바라기 집’이라고 불리는 이 아파트엔 1992년 당시 난민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 아파트 앞에서 반외국인 구호를 외치며 극우주의자들이 화염병을 무더기로 던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독일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영화는 1992년 8월24일, ‘해바라기 집’ 인근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세 가지 시선을 통해 보여준다. 고등학교를 갓 마친 청년 슈테판과 그의 아버지이자 지역정치가인 마틴, 그날의 피해자였던 베트남 가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각기 다른 세 사람의 일상을 마치 다큐멘터리로 기록하듯 집요하게 좇는다.
이 영화가 인상적인 점은 ‘그날’ 밤 테러에 동참한 젊은이들을 단순한 악인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는 오히려 방황하는 젊은 영혼들의 아나키즘적 반항심과 방향성 없이 끓어오르는 에너지의 표출에 초점을 맞춘다. 슈테판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대화에서 감독이 가진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우리 세대는 나치 아버지에 대항해서 공산주의에 열광했고, 너희는 공산주의에 반대해 민주주의자가 되었지.” 결국 방화사건의 이면에는 아버지 세대에 반항하는 독일 젊은이들의 ‘갈등 메커니즘’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젊다. 우리는 강하다>는 부르한 쿠르바니 감독의 두 번째 영화다. 감독 자신이 아프카니스탄에서 독일로 건너온 이주민이다. 그는 12살 때 독일 현지 텔레비전을 통해 방화사건을 접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