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를 생각해 가급적 영세한 ‘동네 점포’에서는 현금 내고 사랑받는다. 영수증은 잘 안 챙긴다. 번거롭기도 하고 야박한 것도 같고 구멍가게 장사 세금 빼돌려봤자 얼마나 되겠나 싶어서다. 재료비며 인건비, 입출금 내역 등으로도 충분히 털면 털리는 게 그쪽 세계인 데다 세무 공무원들의 밝은 눈과 끈질긴 집념 또한 유구한 역사 아니던가. 일찍이 현금영수증 제도 도입 초기에는 지하경제 활성화, 아니 양성화 차원에서 상인들의 곤혹스러운 표정을 외면하고서 꼬박꼬박 이 한 뒤통수 불살라 영수증을 챙겼다. 조세 투명성을 위한 국민된 도리였다. 하지만 나랏돈이 마구 쓰이는 몇년을 겪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발발 떨며 페트병 헹구고 음식물 쓰레기 국물까지 짜내어 버리던 어느 날 수거 차가 분류한 쓰레기를 한데 싣고 가는 것을 목격한 뒤와 같은 심정이랄까. 매번 고민하고 매번 (내 편의와) 타협한다.
하여튼 돈 개념이 이렇게 원만하건만 “증세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는 심한 불쾌감을 느꼈다. 여당 새 지도부가 ‘립서비스’ 차원으로 몇마디 한 것을 놓고 파르르 떠는 기색이었는데(복지와 증세의 원론적인 상관관계 말고는 그 동네에서 더 나온 얘기도 없건만), 기실 하고 싶은 말은 “증세는 나에 대한 배신”이 아니었을까.
참 딱하다. 우길 것을 우겨야지. 그동안 증세를 안 한 것도 아닌 분이 말이다. 담뱃값이며 근로소득세는 뭐였나. 게다가 여론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것은 ‘복지 없는 증세’ 때문 아니었나. 아무리 자신의 힘이 미치는 모든 곳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게 권력(자)의 행태라지만 모쪼록 자신의 힘이 미치지 않는 부분에서는 국가와 국민과 자신을 그만 좀 ‘믹스’ 했으면 좋겠다. 자신감 없는 사람의 자존심은 그 무엇으로도 메워지지 않거늘. ‘바보야, 문제는 당신이야!’라고 전화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