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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따뜻한 반전
이다혜 2015-02-19

<꽃사슬> 미나토 가나에 지음 / 비채 펴냄

그늘에서조차 땀범벅을 피할 수 없던 여름날, 교토 기온 시조에 있는 한 화과자점을 부러 찾아가 선물로 무엇이 좋으냐 물었더니 냉장고에서 미즈요캉(물양갱)을 꺼내주던 주인 여자의 얼굴이 기억난다. 후미진 자리의 화과자점이었지만 사실은 유명한 가게라, 숙소에서 일하는 구미코씨에게 가져다주었더니 포장을 보고 바로 “아라라라!” 하며 기뻐하며 그 집의 여름 한정 물양갱이 최고라고 했었다.

또 한 장면. 교토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기요미즈데라 바로 옆에는 조주인이라는 작은 절이 있는데, 엄격한 비공개지만 1년에 잠깐씩 정원을 공개한다. 조주인에는 달의 정원이 있고, 저 멀리의 산부터 몇겹의 수없는 나무가 마치 정원을 위해서인 양 장관을 연출한다. 그 가운데는 작게 연못이 있는데 화룡점정은 한밤중에 달이 그 작은 연못을 천천히 지날 때라고 한다.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 <꽃사슬>을 읽으며 그 순간들을 떠올린 이유는, 가장 큰 수수께끼를 숨기기 위해 마을의 가장 큰 자랑거리이자 인기품목인 긴쓰바라는 일본 화과자를 등장시켰다는 것, 그리고 자연을 잘 읽어내 밤이면 달을 띄우는 물 위의 풍경을 담는 건축물과 관련한 사연이 매우 중요해서다. 화자를 바꾸어가며 미스터리의 구조를 완성하는 미나토 가나에(영화로도 만들어진 그녀의 출세작 <고백>처럼)는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여기 세 여자가 있다. 첫 번째 여자 리카는 홀로 외할머니와 살고 있다. 얼마 전 일하던 학원이 문을 닫았는데, 암 판정을 받은 할머니 때문에 병원비 문제로 고민 중이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적 후원을 하겠다고 한 K라는 사람이 있다. 리카는 그 ‘키다리 아저씨’에게 외할머니의 병원비를 부탁해볼 궁리를 하게 된다. 그는 누구일까? 두 번째 여자는 미유키다. 남편과 사이가 좋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아 약간은 고민이다. 남편은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면서 자신의 디자인을 설계하고 싶어 한다. 미유키 역시 그의 꿈을 지지하는데 건축소 사장인 사촌오빠 부부가 영 밉상이다. 마지막은 사쓰키다. 꽃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한 그녀는 친구와 몇년 전 남자 문제로 틀어진 일이 있다. 그런데 그때의 그 친구에게서 다시 연락이 온다. 그녀가 내려야만 하는 결정은 대체 무엇일까.

20대 여자 셋.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다. 셋의 공통점은 같은 마을에 살아 매향당의 긴쓰바를 선물로, 간식으로 자주 산다는 정도다. 셋의 사연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 그 비밀은 후반부에나 드러나지만 그전까지 드라마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솜씨는 역시 미나토 가나에답다. 받아들여야 할 슬픔이 있고, 그 뒤에 해방감이 찾아온다. 그리고 <꽃사슬>은, 그 마지막에 오는 것이 행복이면 좋겠다고 바라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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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반전 <꽃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