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유명한 3대 사과는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세잔의 사과다. 그리고 앨런 튜링의 사과가 있다.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은 동성애자였다. 성문란 혐의로 체포돼 화학적 거세형을 선고받은 그는 2년 뒤인 1954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청산가리를 주입한 사과를 베어먹은 것. 최초로 인공지능 개념을 생각한 수학자이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해 연합군의 승리를 이끈 암호 해독가 앨런 튜링의 삶은 그 자체로 슬프고 놀라운 드라마였다. 모튼 틸덤 감독은 그의 삶에 호들갑스런 주석을 다는 대신 적절한 생략과 상징으로 울림 큰 드라마를 완성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영국. 독일군의 암호 체계인 에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수학자, 언어학자 등 각 분야의 수재들을 모아 비밀리에 암호 해독반을 만든다. 앨런 튜링(베네딕트 컴버배치) 역시 세계에서 가장 난해한 암호로 불리는 에니그마 해독에 뛰어든다. 사회성이 결여된 채 자신의 임무에만 몰두하는 그의 집요한 성격은 동료들과 불화를 야기한다. 하지만 조앤 클라크(키라 나이틀리) 등 그를 이해하는 동료들의 도움으로 앨런은 컴퓨터의 시초가 된 튜링머신을 끝끝내 개발해낸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앨런 튜링의 천재적인 면모와 함께 그의 성격적 결함과 성정체성에서 비롯되는 비극적 운명을 균형 있게 담아낸다. <셜록> <호킹> 등에서 천재 캐릭터를 연기한 바 있는 컴버배치는 목소리부터 눈빛까지 섬세하게 조율된 연기로 앨런 튜링을 스크린에 되살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