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목소리가 남자에게 이른다. “오빠, 나 이상한 꿈꿨어”라고 말하는 그녀의 음성은 이후 골목길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실제 장면으로 바뀐다. 이 환상적 인트로 시퀀스처럼, 꿈 속에서 보았던 거리에 진이(박란)가 서 있다. 정남(권현상)이 나타나 관심을 보이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 그들은 소위 ‘나쁘다’고 치부되는 일을 하고 살아간다. 정남은 짝퉁 판매원이며, 진이는 몸을 판다. 그녀의 아름다움을 남자들은 돈을 내고 구매하지만 정작 그녀에게 남는 것은 허무뿐이다. 그래서 그녀는 매일 운다. 그러던 어느 날 울고 있는 진이를 정남이 구해낸다. 진이는 그날 일을 잊은 듯 보이지만 이후 버려진 정남을 진이가 구하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낸다. 극단적 두 인물 ‘비치와 애솔의 사랑’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비치하트애솔>은 2010년 <평범한 날들>로 데뷔한 이난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뮤직비디오와 사진, 광고 등 다양한 방면에 재능을 보인 감독의 전력을 통해 짐작하듯 영화는 몽환적이고 포토제닉하다. 결말로 이어지는 독특한 인트로 설정에 대해 감독은 “지워진 기억을 다시 쓰는 행위로는 같은 기억을 만들지 못한다”는 문장으로 설명한다. 그의 말처럼 독특하며 직관적 측면이 돋보이는 전체 구성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 된다. 그렇지만 하모니카와 우쿨렐레, 스케이트보드, 수영, 스쿠터 등 악기와 운동으로 드러나는 젊은이들의 심리묘사가 모호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 과정에서 구조 또한 단순화되는 듯 느껴진다. ‘순수한 사랑에의 침전’이라는 선명한 주제의식이 묻힐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