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과 부자증세를 역설한 오바마의 연설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퇴임하고 한참 뒤 펴낸 클린턴의 <마이 라이프>도 언감생심이야. 대체 (떼 안 쓰면) ‘짠’하고 선진 대한민국이 된다느니, 외국 정상들을 혼내고 격려했다는 식의 ‘자뻑’으로 점철된 자서전 소식을 들어야 하다니. 아우 쪽팔려.
문득 YS가 그립다. 비록 새는 발음으로 관광명소를 범죄소굴로 묘사하거나 누구 못지않은 ‘초딩 어록’을 많이 남겼지만 적어도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줄은 알았다. 자기애라면 둘째가라면 서럽지만 자서전에는 솔직하게 조깅한 얘기밖에 담지 않았다. 무엇보다 DJ라는 강력한 라이벌이자 국민에게는 확실한 대안이 존재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해도 당 대표를 뽑는 최고의 이벤트에서 아무런 반사이익도 관심도 얻지 못한 제1야당을 보면 지금 청와대 주인(과 여당 분들)께서는 지지리도 인복이 없다 싶다. 도무지 긴장이 안 되니까. 인복으로 따지자면 전직 주인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유시민, 노회찬 아저씨가 돈 주고 살 필요 없다며 샅샅이 분석해준 바를 참고하면, 이 책은 MB를 등에 업고 자기자랑하(면서 한 자리 챙기)고픈 이들이 설레발친 결과 급하게 발간된 것 같다. 심지어 전체 내용이 담긴 PDF파일까지 마구 뿌렸단다. 그럼 그렇지. 성격장애가 아닌 다음에야 적게 잡아도 자원외교로 42조원, 4대강으로 84조원, 부자감세로 63조원을 탕진했다고 평가받는 분이 보일 행보는 아니지.
좀 침울하다. 세금 낸 기간보다 낼 기간이 더 긴데도 너무 오래 살았나 싶다. 내 나이 40 중반에 이런 ‘조로감’을 안기는 전•현 대통령의 처신을 보노라니 그들이 왜 그렇게 국격과 능력을 강조했는지 알 것 같다. 자신이 못 가진 것이 그렇게 부러운 거다. 게다가 그게 모두 남 탓, 국민 탓인 거다. 두분을 반면교사 삼아 자식 잘 키우고 잘 늙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