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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과 서유기의 동시 귀환 <서유기: 모험의 시작>
윤혜지 2015-02-04

요괴들이 득세하여 어지러운 세상, 맑은 눈과 마음을 가진 진현장(문장)은 동요 300수를 들고 요괴들을 교화하러 나선다. 모든 이들의 마음엔 본래 진, 선, 미가 깃들어 있으며 이를 통해 순수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마을에서 진현장은 심마에 사로잡힌 사오정과 싸우게 된다.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인 순간, 뛰어난 무공을 지닌 단소저(서기)가 진현장의 목숨을 구한다. 이때 진현장에게 반한 단소저는 끄떡도 않는 진현장을 꿋꿋하고 줄기차게 유혹한다. 그러던 중 진현장은 강력한 요괴 손오공(황보)이 봉인된 산에 오른다. 전국에서 날고 기는 퇴마사들이 모여들지만 모두 손오공의 손에 쓰러지고 단소저와 진현장만이 손오공을 대적하게 된다.

<서유쌍기>에 열광했던 관객이라면 ‘전설’과 서유기의 동시 귀환이 몹시도 반가울 것이다. 특유의 유머, 원형이 기억나지도 않을 만큼의 숱한 패러디는 여전히 익숙하다.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은 많은 장르영화의 도식적인 방식을 그대로 따른다. 특정 영화를 연상시키는 설정도 곳곳에 보인다. 그런데 그 연출이 예상외로 잔혹하여 당황스러운 동시에 강력한 인상을 남긴다. 가령 아기의 목숨을 구하려 분투하는 진현장을 보여줄 때 관객은 당연히 진현장이 아기를 구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그리 기대할 줄 알았다는 듯 주성치는 아기뿐만 아니라 그 어미까지 비명횡사하게 만드는데 그 시도가 감독으로서의 어떤 도전처럼도 읽힌다.

캐릭터를 만들고 활용하는 방식도 남다르다. <럭키가이>(1998)에서 상큼한 아가씨 방방을 연기한 바 있는 서기는 이번에도 귀엽기 그지없다. 사오정과 저팔계의 사연을 길고 애틋하게 보여주는 양도 그렇지만 대개 교활하지만 매력적으로 표현되었던 손오공에 황보를 캐스팅한 것부터가 독창적이다. 주성치만 한 손오공이 없으리라 예상했지만 황보 역시 만만치 않은 내공을 보여준다. 늙고 힘없는 요괴를 가장했을 때와 본연의 모습으로 퇴마사들을 살해할 때의 황보의 두 얼굴엔 극적인 차이가 있다. 금고아를 쓴 선량한 얼굴은 또 다르다. 하지만 왜 주인공은 이들이 아닌 진현장일까. 앞서 나온 <서유기> 원작 영화들과 다른 해석을 꾀했다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주성치의 영화와 인물을 변주한 캐릭터인 진현장은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한 가지를 가지고 있다. 다름 아닌 강력한 ‘선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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