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칼럼에서 “셈 잘하는 국민이고 싶다” 울부짖었는데 다음 문장이 빠졌다. “1조원이면 5천만명에게 2만원씩 돌아간다”는 거. 자원외교 비리로 탕진한 나랏돈이 얼마더라. 지금 국세청 홈피 다운시킬 게 아니라 MB 사저 앞에 몰려가 시위를 해도 모자랄 판이다. ‘떼법’이라고 대통령이 놀란들 상관없다. ‘짠’하고 선진 대한민국으로 가는 것보다(어쩜 이렇게 품위 없는 말을 그렇게 품위 없게 할 수 있을까) 내 존엄과 인격과 지갑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니까.
급전이 필요해 주변인 중 그나마 계좌 평잔이 높은 아이를 꼬드겨 은행에 갔다(절반쯤 찬 돼지저금통과 5만원권 몇장 바꾸자니 좋아라 한다. 열살이 되도록 이렇게 셈을 못하는 게 다행인 걸까;;). ‘100세까지 아이 암보험’ 광고가 문간부터 반긴다. 실직, 퇴직, 질병, 사고, 상해, 홀몸, 간병… 인생사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거의 모든 경우의 수는 보험상품 리스트를 참고하면 되지 싶다. 흡사 문학적이다. 대한민국 어지간한 가구마다 생존을 위해, 혹은 불안을 달래려 들고 있는 사보험비의 총액은 어마어마하다. 10분의 1씩만 떼어 모아 필요할 때 쓴다면 삶이 이토록 팍팍하지는 않을 것이다. 세금이라도 좋다. 단, 그 돈의 씀씀이를 맡은 이들이 멀쩡하다는 것을 전제로 말이다. 청와대 가래 끓는 소리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서 건강보험료 부과방식 개편안 발표를 무기한 연기해버리거나, 세월호 주무부처 장관으로 모든 비극을 머리에 심은 듯 굴(면서 정작 아무것도 해결 못했)던 이가 이발하고 면도한 뒤 여당 원내대표로 나서는 한 ‘보편’과 ‘형평’이라는 ‘사회적 공적부조’의 취지를 살릴 리 만무하다.
그래서 쌈짓돈 털어 ◯◯당 20억 펀드에 투자했다. 멀쩡한 정치를 보고 싶어서다. 요즘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연 2.06% 이자 나쁘지 않다. 역시 정의는 내 지갑에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