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최혁준은 고등학교 재학 기간 동안 자체적으로 국내 주요 동물원 평가를 진행해 그 결과물로 이 책을 엮었다. 동물원에 대한 관심사를 본격적으로 기록에 남기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11년부터. 이쯤에서 그의 나이를 가늠하고는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다니고 있겠군 지레짐작할 사람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이 책과 블로그 활동 등의 비교과 활동을 모아 201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수의예과, 생물학과, 동물자원학과 등에 지원하였으나 전부 1차 서류전형에서부터 탈락하여 학위를 가진 진짜 전문가로 거듭나는 데는 시간이 좀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동물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동물원이 인간을 위해서만큼이나 동물을 위해서도 건강한 장소였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책에서 국내 동물원을 평가하는 기준도 그래서 동물과 관람객의 입장으로 나뉜다. 종보전(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의 전시와 존속을 위한 조치들), 동물복지(오락성 프로그램 운영 여부 포함)를 중요하게 다룬다.
무심코 지나쳤던 동물원의 우리 안의 상황이 보인다. 동물을 좋아하면서 동물원도 좋아하는(그래서 늘 약간 죄책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이보다 흥미롭고 슬픈 사연집이 또 있을까. 단단한 바닥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동물은? 코끼리다. 현존 최대의 육상 포유류인 코끼리의 발바닥은 흙바닥에 맞추어 진화되었기 때문에 동물원의 단단한 바닥에서 대부분 만성 관절염, 발바닥 염증에 시달린다. 오래된 동물원일수록 유인원 환경이 열악하다는 특징이 있다. 낮시간에 야행성 동물의 활동 모습을 관람할 수 있도록 조명을 어둡게 해 활동을 유도하는 야행관은 당연하게도 동물 고유의 생활 리듬을 저해한다. 그래서 적당히 가려진 사육시설을 안보인다고 불평하는 대신 동물의 건강을 위해 기꺼이 감수해야 할 작은 불편으로 여기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불어, 동물 쇼 중에도 인간과의 놀이 개념으로 공연을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종 특유의 움직임이나 행동을 살려 인간과의 놀이를 유도하는 방식이 가장 긍정적인 퍼포먼스가 될 테지만, 많은 공연들은 음악에 맞추고, 종 특성에 맞지 않는 행동을 유도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래서 책 말미에는 국내 동물원의 고질적 문제들이 실려 있는데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활동성과 서식 환경을 무시하는 상황이 가장 심각해 보인다. 직접 먹이를 주거나 만질 수 있는 체험형 학습장이 많아지면서 생겨난 문제는 심각하다. 관람객이 대체로 단 음식을 주기 때문에 동물의 기호도가 기존 사료보다 페팅 체험에서의 먹이를 선호하게 된다고. 마지막으로, 사자와 호랑이들에 대한 최종장은 인상적이다. “짐승이 뭘 알겠냐”는 말로 무시되는 많은 것들.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르는 오만한 실수가 동물에게라고 예외일 리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