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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책으로 보는 책 이야기
이다혜 2015-01-29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이동진, 김중혁 지음 / 예담 펴냄,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허은실 지음 / 예담 펴냄

요 몇년간 지하철 풍경은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 사람들 손에 가장 많이 들린 것으로 유행하는 출판물(잡지, 단행본)을 가늠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과거의 추억이 되었다. 그대신 스마트폰이 들려 있다는 것은 새삼 지적할 사항도 아니겠지만, 이어폰을 꽂고 있다고 해서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는 것 또한 달라진 점이다. DMB, 영화, 게임, 그리고 팟캐스트.

책의 운명은 그렇게 전환을 맞았다. 책을 낭독해주는 오디오북에 대한 관심이라고는 거의 없는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책에 대해 말하는 팟캐스트가 많이 제작되고 있다. 출판계 이슈를 재치 있게 다루는 편집자들의 <뫼비우스의 띠지>, 사부작사부작 진지한 말투로 늪처럼 사람을 끌어들이는 문학평론가의 <신형철의 문학이야기>(권희철로 진행자 교체), 차분하고 다정한 말투로 게스트에게서 말을 이끌어내는 소설가 황정은과 김두식 로스쿨 교수의 <창비 책다방>(최근 황정은 작가가 그만두었다)이 있다. 그리고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소설가 김중혁의 <이동진의 빨간책방>은 이런 출판계 팟캐스트 인기의 원조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일주일에 한번 업데이트하는 방송이 벌써 100회를 넘겼다. 그리고 더불어 책 두권이 출간되었는데, 이동진과 김중혁의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과 허은실의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이다. 전자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소개한 소설 중에 다시 나누고 싶은 책 이야기를 글로 묶은 것이고 후자는 프로그램 작가이기도 한 시인 허은실의 오프닝을 묶은 에세이다.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에서는 팟캐스트에서 다루었다는 이유로 베스트셀러에 진입해 화제가 되었던 이언 매큐언의 <속죄>를 시작으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등 7권에 대한 대화를 읽을 수 있다. 책에 대한 팟캐스트의 인기 요인 중에는 분명, 대화의 중심에서 책을 밀어내고 살았던 이들이 느끼는 그리움이 있을 것 같다. 또한 두 사람은 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주인공의 윤리적인 태도에 질문을 던지고(<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하루키가 좋은 이유와 싫은 이유를 말하고(<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책의 제목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호밀밭의 파수꾼>).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은 이 수다로 들어가는 인상적인 도입부다. 낭독을 염두에 두고 다듬어진 리드미컬한 문장이 갖는 힘이 느껴진다. “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속에서 자본다.” 오규원 시인이 생전 마지막으로 남긴 시를 인용하며 책에서 나무를, 타인의 숨결을 읽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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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책 이야기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책으로 보는 책 이야기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